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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챌린저 & 체인저] 카카오택시 총알 탔어요 … 사람과 사람 이으니

중앙일보 2015.08.10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카카오택시를 기획한 정주환 다음카카오 온디맨드플랫폼 총괄 부사장. 합병 전 카카오가 인수한 스타트업의 창업자 출신인 정 부사장은 “외부 파트너들과 폭넓게 손잡고, 빠르게 혁신하는 벤처DNA가 살아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카카오택시 맞죠?’

<19> 합병 후 첫 오프라인 사업 순항 … 정주환 다음카카오 부사장
4개월간 콜 1000만 건, 하루 21만 건
택시 기사는 컴퓨터 서버에 해당
직원이 택시 타며 애로사항 파악
대리기사·배달 … 사람 연결사업 계속



 딱 두 마디면 된다. 구구절절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택시기사가 이미 목적지를 알고 콜을 받았으니, ‘가네, 안 가네’ 하던 실랑이도 사라졌다.



 택시 잡는 절차도 심플하다. 카카오택시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언제 올 지 모를 택시를 길가에서 무작정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3월 말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전국에서 시작된 이후, 4개월간 1000만명(7월 말 누적 콜 기준)의 삶이 이렇게 달라졌다. 매일 전국에서 21만 명이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정식 등록된 콜택시(6만3000대)보다 많다. 택시기사 28만 명 중 13만 명이 카카오택시 앱으로 승객을 만나고 있다. 수십년간 기본요금 인상 외엔 별 변화가 없던 택시업계에 혁신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은 T맵 택시(SK플래닛)·이지택시·리모택시 등 다양한 앱들이 경쟁하며 ‘택시 앱 전성시대’가 됐다. 카카오택시를 기획한 정주환(37) 다음카카오 온디맨드플랫폼 총괄(부사장)을 만났다.



 정 부사장은 “아직도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싶을 때가 많다”며 “다른 IT 서비스를 만들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택시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15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그에게도, ‘모바일 왕자’인 다음카카오에도 낯선 시장이었다. “기계(서버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 움직여야 돌아가는 서비스를 해보는 건 택시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검색·메신저와 같은 IT 서비스는 개발자가 만들면 기계, 즉 서버 컴퓨터가 이를 실행에 옮기면 구현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카카오택시는 택시기사가 서버 컴퓨터 같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행여나 ‘승객이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 택시기사가 응답을 안 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버린다’면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첫 도전에는 사형선고가 내려질 판이었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 이후 뚜렷한 성공 사례가 별로 없었던 차에 내놓는 서비스라 부담도 컸다.



중국, 주문형 서비스 위협 … 경쟁력 키워야



 설렘과 두려움 끝에 내놓은 카카오택시는 기대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그사이 국내에서 좌충우돌하던 글로벌 콜택시 앱 우버는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비결이 뭘까. “우리 팀원들이 택시를 마음껏 탈 수 있게 ‘택시 예산’을 만든 덕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바일 콜택시’를 하기로 한 후 그는 제일 먼저 팀에 택시 예산을 만들었다. 승객 입장에서는 택시서비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말이 많았지만, 택시기사들의 속마음에 대해서는 팀 내에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평균연령이 60세가 넘는 택시기사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서비스에 반영해야 ‘서버 컴퓨터나 다름없는’ 택시기사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올텐데…. 직장 은퇴후 잠시 택시 운전을 했던 아버지에게서 들은 얘기들도 귓가에 맴돌았다. 팀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는 “한때는 ‘택시 좀 타고 올게요’하고 외근 나가는 게 우리 팀원들의 주 업무였다”며 “택시기사와 승객이 서로를 평가할 수 있게 한 것도 이런 현장 취재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전국 16개 시도의 택시조합과 손잡고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주효했다. 사실 내부에서도 ‘굳이 전국 서비스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콜택시의 본질은 ‘부르면 온다’는 것 아니겠냐”며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된다면 카카오택시가 지향하는 ‘연결’이라는 가치의 의미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콜택시가 서울 아닌 부산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고려했다.



 카카오택시 전후로 그의 소속 팀은 이름이 두 번 바뀌었다. 지난해 6월 ‘오프라인 삶을 혁신해보자’며 만든 게 탐구생활TF였다. 이후 ‘택시TF’로, 그리고 지금은 ‘온디맨드플랫폼팀’이다. 합병전 카카오에서 팀원 10명으로 시작한 TF팀은 이제 40명으로 늘었다. 잘나가는 모바일사업팀 내 자리를 뒤로 하고, 오프라인 서비스에 도전해보자고 나선 이들이다.



 정 부사장은 “우리끼리 내부에선 ‘스타트업처럼 일한다’가 아니라, ‘우린 진짜 스타트업’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아직도 밤을 새우기가 일쑤고, 카카오톡으로 팀원들과 밤새 회의톡을 주고받는다. 새벽 회의 후 그즉시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그 역시 창업자 출신이다. 그가 2011년 창업한 ‘써니로프트’가 2013년 2월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카카오에 합류했다. ‘믿을 수 있는 연결’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SNS 앱을 만든 써니로프트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눈에 띄었다. 써니로프트 이전에는 KT가 인수한 스타트업 넥스알에서 투자유치를 담당했었다. 공대(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출신인 그는 “98년 IMF 외환위기 때, 각 기업들이 제일 먼저 R&D 조직을 구조조정하는 것을 보면서 맘편히 연구개발할 수 있는 회사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난 끊임없이 시도 … 내 삶의 테마는 ‘사람’



 카카오택시가 외부 스타트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에 적극적인 것도 그의 벤처DNA 덕분이다. 다음카카오가 지난 5월 626억원을 들여 인수한 네비게이션 앱 김기사(회사명 록앤올) 뒤에도 정 부사장이 었었다. 그는 “록앤올 대표와 전화 한 통 하고서 바로 김기사 앱과 카카오택시 앱을 연결할 만큼, 양쪽 모두 손발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카카오택시 뒤를 이을 온디맨드(On Demand·주문형) 서비스에 대한 밑그림이 있었다. 정 부사장은 “사람과 사람을 정확한 지점에서 빨리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는 택시 외에, 다른 영역에서도 우리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란 생각에 (김기사를) 인수해야한다고 적극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지금 우리 팀은 더 나은 온디맨드 서비스를 고민하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택시만 하려고 탐구생활TF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며 “택시처럼 정말 오래된 서비스이지만, 아직 구조화가 안 돼서 불편한 서비스를 찾아내 서비스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동차(대리기사·세차·주차·수리 등), 배달(음식·포장 등), 홈(세탁·청소·육아 등) 분야를 비롯해 뷰티·헬스케어·보관 등 다양한 영역에 온디맨드 수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정 부사장은 특히 “온디맨드 이코노미·컨시어지 이코노미라고도 불리는 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3년 이상 뒤쳐져 있다”며 “한국의 온디맨드 시장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출장을 갈 때마다 호텔 방에서 앱 하나로 과일부터 마사지사까지 다 부를 수 있는 중국의 온디맨드 서비스들에 위협을 느낀다고 했다. 다음카카오가 대리기사나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는 소식에 관련 업계가 들썩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앞서는 이유다.



 그는 “저는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이고, 제 삶의 테마는 항상 ‘사람’”이라며 “사람과 관계된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게 내가 앞으로도 계속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챌린지(도전)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체인지(변화)는 상대방도 동의해줘야 바뀌는 것”이라며 “불편하고 불합리한 것을 찾아내 모두가 변화를 원하는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글=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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