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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실은 실내·외 불문 ‘독가스실’

중앙일보 2015.08.10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특별 기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이기영 교수

많은 선진국이 전면적인 실내 금연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흡연의 위험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부 실내에서만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장소에 따른 혼동과 인식 부족으로 정책 효과도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다. 경우에 따라 흡연실 설치도 가능해 그나마 부분적인 실내 금연정책의 효과마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흡연실은 다른 형태의 실내 흡연 장소다. 선진국에서 전면적인 실내 금연을 실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 한 개비의 흡연만으로도 실내 공기의 질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 환기 관련 학회에서도 실내 흡연 시 환기를 통해 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흡연 장소의 환기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 설치된 흡연실 내부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대기오염 기준의 30배를 초과했으며, 초미세먼지 경보 발령 기준인 ‘매우 나쁨’ 수준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현실적으로 흡연실 내부의 담배 연기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흡연실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이 이미 입증됐다.



흡연실 내부의 담배 연기는 주변 지역으로 새어나온다. 실내 환경을 오염시키고 금연 효과도 크게 떨어뜨린다. 흡연실 안의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치우는 청소 인력도 건강에 악영향을 받는다. 초미세먼지나 기타 유해 요인이 고농도로 유지되는 흡연실 내부는 일반적인 산업 현장보다 더 심각한 산업보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흡연실 설치와 관리에 드는 비용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국민건강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실외 흡연실도 실내 흡연실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흡연실을 실외에 설치한다고 해도 이는 또 다른 실내 흡연일 뿐이다.



나아가 흡연자는 실제로 흡연실 안보다 주변에서 흡연하는 경우가 많아 지나가는 사람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실외 흡연실은 실내 흡연실보다 주변과 더 격리된 상태여야 하고,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흡연자와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 흡연실의 설치는 지양해야 한다. 흡연자에게 필요한 것은 흡연실이 아니라 체계적인 금연 지원 서비스여야 한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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