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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장수술에 쓰이는 인공막, 이물반응으로 염증·천공 부작용

중앙일보 2015.08.10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인류 최초의 탈장수술은 언제였을까. 놀랍게도 기원전 1550년께다.


미 FDA, 인공막 위험수위 최고등급 상향 검토

고대 이집트에서 탈장수술을 했다는 기록이 파피루스에 남아 전해진다. 고대 로마의 의학자 켈수스(Aulus Cornelius Celsus) 역시 저서에 탈장수술 기록을 남겼다. 3500년이 지난 현재, 탈장수술법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수술 성공률이 낮고, 경우에 따라 불가피하게 거세했던 과거와 달리 비교적 ‘쉬운 수술’로 분류된다. 그러나 여전히 재수술률이 5% 정도로 높다. 전문의들은 재수술률이 높은 이유로 탈장수술에 사용되는 ‘인공막’을 지목한다.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이 무인공막 탈장수술을 하고 있다. 기존 탈장수술에 사용되는 인공막은 수술 부위에 염증?천공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사진 기쁨병원]


전직 대학교수 박민철(69·가명)씨. 그는 3년 전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끔찍하다. 탈장수술을 받은 부위와 고환에 참기 힘든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겨운 날이 4개월간 지속됐다. 탈장수술을 받은 병원을 찾았지만 진통제만 처방할 뿐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른 병원을 찾아가니 탈장수술 때 넣은 ‘인공막’이 문제라고 했다. 인공막이 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주변 혈관·조직과 엉겨붙은 인공막을 제거하는 수술은 간단치 않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부작용 심해 힘겹게 제거 수술



대장이나 소장이 복막·복벽을 뚫고 밀려나오는 현상을 ‘탈장(脫腸)’이라고 한다. 빠져나온 내장은 피부 아래에서 볼록 튀어나와 말랑말랑하게 만져진다. 보통 배와 허벅지 사이의 사타구니(서혜부)에서 발생하고, 간혹 배꼽이나 고환으로 내장이 밀려나오기도 한다. 탈장을 방치하면 장이 막히거나 괴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장수술은 3만3000건에 이른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인공막을 덧대는 수술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적지 않다. 염증이나 천공을 유발한다.



인공막은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화학 합성섬유가 원료다. 엄밀히 따져 신체에 이물질이 들어오는 셈이다.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은 “인공막을 이용한 수술은 댐에 구멍이 났는데 이를 메우지 않고 질기고 거친 비닐포를 덮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부작용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항생제가 잘 듣지 않고, 인공막을 제거하는 수술은 난도가 높다. 강 원장은 “인공막이 이미 자리잡혀 주변 조직과 완전히 달라붙었다면 수술 난도가 매우 높아 수술 과정에서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주 서울외과 계기식 원장은 “인공막은 재질이 날카롭고 거칠기 때문에 항생제만으로는 치료하기 힘들고, 심하면 대장과 방광을 뚫고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거의 모든 탈장수술에서 사용하는 인공막. 부작용이 심해 미국 FDA에선 사용 자제 권고.
미국 인공막 탈장수술 소송 수천 건



그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공막 사용을 자제하라고 강력 권고하고 있다. 2008년과 2010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2010년에는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일부 인공막 제품을 수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인공막의 위험수위를 기존 2단계에서 최고 등급인 3단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FDA는 “인공막을 이용한 탈장수술 시 환자는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추후 발생 가능한 피해에 대비해 진료기록 사본을 챙겨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에선 인공막 탈장수술 관련 소송이 수천 건 진행 중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인공막을 이용해 탈장수술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인공막 수술법이 도입된 후 보편화된 현상이다. 강윤식 원장은 “인공막 탈장수술 부작용으로 많은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인공막을 제거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공막 탈장수술의 재수술률은 절개수술 시 2~3%, 복강경수술 시 3~5%에 이른다.



인공막 사용 않는 수술이 대안



그 때문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애초에 인공막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 추천된다. 이른바 ‘무(無)인공막 탈장수술’이다. 인공막을 사용하는 대신 내장이 탈출한 구멍만을 봉합해 치료한다. 강 원장은 “지금까지 3000례 가깝게 무인공막 수술을 시행했지만 부작용은 거의 없고 재발률 또한 1%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인공막 수술이 인공막 수술보다 까다로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생각하면 인공막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계 원장은 “첫 탈장수술이라면 가급적 인공막을 사용하지 않고, 재발해서 증상이 악화할 때만 선택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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