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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政談)] 각종 통계 끝자리까지 또박또박 … ‘디테일 김무성’

중앙일보 2015.08.08 01:00 종합 6면 지면보기


①“6·25전쟁 때 ‘코리아’의 역사나 이름도 모른 채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미군이 참전해 3만6940명이 전사하고, 9만2134명이 부상하고, 8157명이 실종 상태다. 이분들의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이 있다.”(지난달 2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았다. 김 대표는 먼저 도착해 있던 참전용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헌화와 묵념을 했다. 이어 기자들을 만난 그는 메모지도 보지 않고 전사자·부상자·실종자 숫자를 줄줄이 외워 말했다.)

“국민 설득하려면 수치 보여줘야”
회의·강연서 연일 꼼꼼하게 제시
“노동 유연성 70위, 누가 투자하나”
노동시장 개혁 강조할 때도 활용
하락 뜻 ‘△’표시 상승으로 착각
머쓱했던 아픈 기억도 작용한 듯



 ②“비정규직 규모는 임금 근로자의 32%에 달하는 601만 명을 상회하지만 이들의 평균 시급은 정규직의 64.2%에 지나지 않는다…. 롯데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맡긴 국민이다. 국민연금에서 롯데 계열사에 총 6.9%가 투자돼 있는데, 롯데 계열사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 빠져나갔다.”(7일 오전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 대표는 비정규직 수치를 들이대며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롯데그룹 투자 지분도 숫자로 언급하며 국민연금 측에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라고 요청했다.)



 요즘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 내 메시지팀은 일이 더 많아졌다. 김 대표가 “주요 현안에 대한 발언 자료를 준비할 때 반드시 통계를 첨부하라”고 지시해서다. 실제로 올 들어 회의·강연에서 김 대표가 수치를 제시하는 경우는 부쩍 늘었다. 입을 열 때마다 숫자들이 등장한다. 당에선 “무대(김 대표 별명)가 숫자에 꽂혔다”는 말까지 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 대국민 호소문’에서 “지난해 결산 결과 총 1211조원의 국가 부채 중 절반에 가까운 524조원이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였다”며 “올해 매일 80억원, 내년엔 매일 100억원의 국민 세금이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간다”고 강조한 일이 있다. 당시 김 대표의 ‘하루 100억원 국민 세금’ 발언은 연금 개혁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선지 최근엔 노동개혁 통계를 동원하고 있다.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 70위, 효율성 86위, 노사협력 142위로 툭하면 파업하는 나라에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느냐”고 했고,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청년실업률이 6월 기준 10.2%, 체감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미국은 생산비용을 낮춰 7년 만에 최저치인 실업률 5.3%를 기록하고 있고, 독일은 2003년 개혁이 효과를 발휘해 유럽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 7.4%로 떨어졌다”고 했다. 누르면 숫자가 튀어나오는 자판기인 셈이다.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를 강조하면서도 숫자를 동원했다. 지난 6일 최고위에서 그는 “국민공천제 도입에 찬성하는 국민이 69.8%, 국회의원 수를 축소하자는 의견이 67.1%”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숫자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서로 다른 해석이 있다. 측근들의 해석은 이렇다. “김 대표는 평소 말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실상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숫자는 곧 신뢰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정책통’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김 대표의 외교특보인 정옥임 전 의원은 “과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인 ‘타운홀 미팅’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를 제시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픈 추억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 문제를 따지기 위해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을 불러 보고를 받던 중 자료에 표시된 ‘△’ 기호를 오독했다. 금리 하락을 나타내는 ‘마이너스’ 표시인데 ‘플러스’로 잘못 이해해 구설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비서실에서 제공하는 각종 자료의 숫자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가영·정종문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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