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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60% “등록금 카드 결제 안 돼”

중앙일보 2015.08.08 00:51 종합 8면 지면보기
고려대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강모(22)씨는 군에서 제대해 올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학교 측이 신용카드를 사용한 등록금 분할납부를 허용하지 않아 300만원이 넘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다. 강씨는 “남은 기간 빠듯하게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한다 해도 등록금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등록금 일부라도 카드 분할납부가 되면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수료 2% 쌓이면 재정에 부담”
주요 대학들 분할납부 허용 안 해
학기 초만 되면 학생·학부모 큰 짐
일부선 “인센티브 줘 도입 유도를”

 2학기 개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대학 10곳 중 6곳은 등록금 카드 납부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정보 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에 등록된 전국 425개 대학 중 2학기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있는 대학은 162곳(38.1%)에 불과하다.



 다수 대학들이 등록금 카드 결제를 불허하는 건 카드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받을 경우 대학은 카드사에 통상 2% 내외의 가맹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수수료가 쌓일수록 대학 입장에선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된다”며 “또 카드 납부를 허용하게 되면 수수료 부담만큼 등록금을 인상할수밖에 없어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A카드사 관계자는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 비인기 대학은 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반면, 서울 주요 대학은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매 학기 목돈을 준비해야 하는 재학생들은 학교 측의 처사에 불만이 크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이성웅(24)씨는 “매 학기 수백만원의 부담을 지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등록금을 내리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지불 과정에서의 부담감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들도 이용 가능한 카드사 종류가 한두 곳에 불과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전국 162개 대학 중 1개 사 카드만을 받는 대학은 86곳(53.1%)으로 절반이 넘는다. 2개 사 카드만을 받는 대학도 39곳(24.1%)이다. 카드 납부는 허용하면서도 분할납부는 불허하는 대학들도 있다. 연세대와 서울시립대는 카드 결제 시 전액납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각에선 등록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 주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다른 업종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6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대학 등록금에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서울대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단지 2%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가뜩이나 고액 등록금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어깨에 짐을 더해선 안 된다”며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에 정부가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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