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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 1999년 국내 첫 록페스티벌의 추억

중앙일보 2015.08.07 13:54
2015년 안산 M밸리록 `데드마우스` 공연. 김중기 기자




록페스티벌의 계절이다. 7월 안산 M밸리록에 이어 이달 7~9일에는 10주년을 맞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펜타포트의 전신은 국내 최초의 록페스티벌인 1999년 트라이포트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애쉬,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 프로디지, 딥퍼플, 드림시어터…당시로서는 손색없는 라인업이다. 다만 공연장 운영은 미숙했고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폭우 때문에 첫날만 공연하고 대규모 환불 사태와 함께 트라이포트는 막을 내렸다. 트라이포트 때 공연이 취소됐던 프로디지가 올해 인천 송도에 뜬다.



99년 트라이포트를 기다리는 기대감은 지금보다 컸다. '한국의 우드스톡'(한겨레) '젊음 해방구'(동아일보). 국내 최초의 록페스티벌을 알리는 신문 헤드라인이 거창했다. 대학생이던 난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트라이포트 주관사인 예스컴에 전화를 걸었다. "일을 시켜달라, 알바비는 티켓(양일권 9만원)으로 받겠다." 예스컴 직원은 이 황당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압구정, 신촌, 대학로, 건대, 종로…포스터를 붙이며 시내 곳곳을 누볐다. 처음 가본 송도는 허허벌판이었다. 페스티벌 전날인데 아직 공연장 정비가 끝나지 않았는지 포크레인이 땅을 고르고 있었다. 길가에 텐트를 쳐놓고 기다리는 록 매니어도 보였다. 공연 당일은 입장부터 삐걱거렸다. 관객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무작정 기다리는데 지휘 계통이 따로 없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줄을 세우는 것조차 혼선을 빚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무대를 향해 너나 할 것 없이 돌진했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메인 무대는 단 하나, 종일 열리는 마라톤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몸이 힘들어도 좋은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자리를 고수했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과 몸과 몸이 거의 밀착된 상태로 폭우를 맞으며 수시간을 부대꼈다. 공연장 말고 시간을 보낼 이벤트 부스 같은 부대시설이 거의 없는 것도 한몫했다. 요새는 무대가 두세 개로 나뉘어져 있어 하나의 공연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



1999년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 [중앙 DB]




비가 계속 쏟아져 공연이 중간중간 멈췄다. 얼굴이 따가울 정도의 비다. 남자 관객들은 처음 보는 여자 관객들에게 우비를 양보했고 그 우비를 또 같이 머리 위에 쓰고 공연을 봤다. 지쳐 주저 앉은 사람을 위해 공간을 만들어줬다. 모두가 힘든 만큼 동지애가 흘렀다. 무대 세팅 시간이 길어져 몇몇 국내 밴드는 아예 마이크도 꺼내지 못했지만, 무대에 오른 밴드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도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열정적으로 드럼 스틱을 흔들고 기타 피크를 그었다.



지리를 잘 아는 인근 록 매니어들이 주최 측이 모르는 산길로 들어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나와보니 공연이 전면 취소됐다. 텐트가 떠내려가는 등 밤새 물난리가 났다고 들었다. 트라이포트는 이렇게 1회를 끝으로 사라졌다.



이후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록페스티벌은 부대시설이나 배수시설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관객 문화도 훨씬 여유로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



얼마 전 안산 M밸리록에선 경호팀이 보디서핑을 하려는 관객을 폭행했다. 맞은 사람이 출연자인 장기하라서 더 이슈가 됐다. 무대 진행도 삐걱거렸다. 첫날 라이드 공연 땐 노래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음향을 꺼버리는 일이 있었다. 노엘 갤러거 공연은 그를 비추는 대형 화면이 노래와 싱크가 맞지 않아 립싱크 공연을 보는 듯 불편했다. 이건 작은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매년 록페스티벌을 열어도 운영 노하우가 축적이 안 되는 거다. 대표적인 게 귀갓길 셔틀버스 문제다. 서울로 가는 셔틀버스 현장 판매분이 남았다고 들었는데 정작 줄을 서 보니 매진이라거나, 각 지역으로 가는 셔틀버스 줄이 정리가 안 돼 관객들은 수시간을 모기에 뜯기며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어디에 줄을 서면 되냐고 물어도 딴 데 가서 물어보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현장 진행요원은 관객의 불만을 보고하고 주관사에선 그걸 바탕으로 개선해 나가야하지만 몇몇 운영상의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다. 이건 M밸리록만이 아니다.



펜타포트는 올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는 팬의 입장에서 쓴 대중음악 이야기입니다.



강남통신 김중기 기자 haaha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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