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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8) 한국 특유의 역동성 되찾아야 한다

중앙일보 2015.08.06 18:10
6월말 중앙일보주최 ‘2015 평화오디세이’에 참가하였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북중 국경을 따라 단동에서 훈춘까지 1400킬로를 이동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관한 알찬 대화를 나누었다.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북쪽에서 살펴본 압록강과 두만강 연변 모습은 분단 70년간 상반된 길을 걸어온 남북한의 차이를 뚜렷이 투영시켰다. 최악의 인권환경에서 신음하는 북녘 동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였고 하루빨리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강한 민족적 사명감을 느꼈다.

릴레이 기고 ⑧ 신각수 전 주일대사 · 법무법인 세종 고문
우리만 미적거리면 심각한 대가 치를 것

최근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정체현상은 우리가 ‘성공의 덫’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해방 70년간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의 과정을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쌓인 적폐가 일시에 분출되는 느낌이다. 한반도, 동북아, 세계가 큰 전환기를 맞고 있는 시기에 이런 상황전개는 매우 안타깝다. 1세기 전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국제질서 패러다임이 바뀌는 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면 국가 명운이 흔들린다. 주변국들은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미적거리면 그 대가는 심각할 것이다. 우리도 다시 분위기를 다잡고 우리 특유의 역동성을 되찾아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우선 바닥난 우리 사회의 신뢰자산을 확충해야 한다. 법과 상식이 지배하고 대화와 소통이 원활한 사회를 만들려는 뼈아픈 각성이 필요하다. 깊어가는 중앙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보수와 진보, 부자와 빈자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통합과 상생의 문화 창출에 힘써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산층 감소, 젊은 세대의 상실감, 정치권의 인기주의와 문제해결능력 저하 등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
 


특히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하여 지식과 창의력에 바탕을 둔 21세기형 산업구조 전환을 서두르고, 이에 필요한 교육?노동?복지?공공부문의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북문제, 안보, 통일에 관한 남남갈등을 해소하여 일관되고 실효적이며 지속가능한 안보통일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개혁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가 역할분담을 통해 각각 지지기반을 설득함으로써 갈등을 줄여야 한다. 예컨대 보수는 대북문제, 경제민주화, 진보는 노동, 복지문제에서 앞장서면 원활한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불안정한 국제질서에서 自存을 구가하려면 뚜렷한 주인의식과 自强이 필수적이며, 강한 경제력과 튼튼한 사회통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외적으로 시급한 외교안보과제는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문제와 복잡한 동북아 세력전환에 대처하는 일이다. 북한문제는 핵?미사일 능력의 강화와 김정은 정권의 중장기적 불안정 문제가 있다. 북한이 병진정책을 고집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가운데 북한핵문제를 해결할 기회의 창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핵물질 추출은 계속되고 소형화?경량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이동식미사일?ICBM?SLBM 개발도 진전되고 있다. 불행히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북한핵문제피로증후군에서 벗어나 주인의식을 가지고 관련국과 함께 해결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한편 집권 4년을 넘긴 김정은 정권은 외견상 안정되어 있지만 지도부의 연이은 숙청과 공포정치, 시장 확대와 부분적 경제개혁에 따른 통제이완,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유통 증가 등 중장기적 불안정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 대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노력은 지속해야겠지만,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해서도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 미국 및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전략대화를 강화하고 신뢰를 축적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동북아 세력전환은 복잡한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전략 환경을 지배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독자적 전략공간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전환기 동북아질서가 평화적 변경에 입각한 규범에 기초한 질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압도적 비중을 점하게 될 동북아에서 평화의 기초는 균형자인 미국의 지속적 관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조건이고 협력적 질서를 지향하는 지역체제의 구축이 충분조건이다. 한미 동맹의 심화,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의 강화, 한일 관계의 조기 회복 및 한러 관계의 관리가 필요하다. 미중 갈등으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피해가야겠지만, 불가피할 경우 국익, 가치, 원칙, 국제법 등을 고려한 일관된 선제대응이 중요하다. 중견국가로서 역량이 있는 만큼 선택비용 부담을 두려워 말고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나 自尊은 어느 정도 대가를 각오하고 스스로 일궈가는 것이다.

지도 없는 항해를 해야 하는 시대다. 더군다나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분단국이다. 우리 모두 심각한 위기의식으로 내부역량을 회복하는 한편 대외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 평화와 통일은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 법무법인 세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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