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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형편 안 되는 중기·자영업 … “법정 휴일 지정이 낫다”

중앙일보 2015.08.06 01:33 종합 2면 지면보기
정부가 이달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이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 등은 쉴 수 있지만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은 현실적으로 휴일을 누리기가 어려워 위화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관공서·대기업 대부분 휴무
정상 출근자는 괴리감 느껴
“민간도 강제로 쉬게 해야”
경제단체들 “내수 도움” 동참
중소·중견기업 참여가 변수

 정부의 지난 4일 임시공휴일 지정은 2006년 전국 동시지방 선거일 이후 9년여 만이다. 임시공휴일은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2조 11호에 의거해 정부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지정한다. 대통령 재가 후 관보에 공고가 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규정에 따라 모든 관공서와 일반 공무원은 쉬게 된다. 민간 기업은 자율적으로 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은 관공서의 휴일을 준용한다. 정부 방침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5일 공동 입장을 내고 “기업별 상황을 감안해 14일에 자율 휴무를 시행토록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최근 6개월 연속 수출이 준 데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14일을 자율 휴무일로 지정하면 근로자들이 다양한 소비활동을 통해 내수 활성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건은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동참 여부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과거 임시 공휴일에도 관공서·대기업만 휴무에 들어가고 대부분 중소기업이 정상 근무해 괴리감이 컸다”며 “아예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 민간 휴무를 강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 상수동에서 소규모 영상광고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두름(31)씨는 “한 달 전부터 예정된 광고주와의 미팅이 코앞이라 직원 20여 명이 모두 근무를 해야 하는데 직원들이 ‘14일에 출근하면 일급을 150% 주느냐’고 물어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반드시 줄 의무는 없지만 휴일에 일 시키면서 돈도 안 주는 악덕 사장이 될 것 같아 수당을 더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인재개발 회사에 다니는 이모(26·여)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친구가 “14일이 공휴일로 지정됐으니 놀러 가자”고 해 말다툼을 했다. 이씨의 회사는 직원 100여 명 전원이 정상근무를 한다. 그는 “임시공휴일이 공무원과 전문직, 대기업 같이 소위 ‘잘나가는 직장인’과 그렇지 않은 직장인들 사이의 심리적 간극만 벌려놓는 거 같다”고 말했다.



 마트 근로자 등 일부 비정규직도 서럽기는 마찬가지다. 경남 지역의 한 외국인학교에서 계약 행정직으로 일하는 김모(25·여)씨는 “외국인학교 특성상 학기가 8월 중순에 시작하기 때문에 임시공휴일이라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공무원들만 광복했냐” “결국 공무원들만 쉬고 난 또 일하겠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중소기업·공장 등에서 일하는 분들은 출근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어린이집이 쉬면 애는 누가 보느냐”고도 했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명분과 과정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정부는 광복 70주년 축하 분위기 조성과 내수 진작을 임시공휴일 지정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광복 100년이라면 몰라도 70년에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공무원과 정규직만 쉬고 자영업과 비정규직은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양극화로부터의 탈출인데 마치 권위주의 시대에 선심 쓰듯 임시공휴일을 제정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 하루 더 쉰다고 내수가 진작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14일 휴무로 1조3000억원 이상의 경제 유발효과가 있지만 이는 기업이 모두 휴무하는 걸 전제로 한다. 임시공휴일은 정부 수립 후 총 56차례 지정됐고 그중 선거·투표를 위해 임시공휴일이 지정된 경우가 37차례(66.1%)로 가장 많았다.



김기환·채승기·조혜경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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