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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현금으로 드려요” … 은행, 집토끼 잡기 몸부림

중앙일보 2015.08.06 01:28 종합 4면 지면보기
금융 빅뱅 폭풍은 20년 넘게 고인 물에서 안주해온 기존 은행권도 변신의 몸부림을 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네 가지 칸막이를 방패 삼아 경쟁을 피해왔다. 첫째가 진입 칸막이였다. 그동안 은행권엔 새 경쟁자가 없었다. 그런데 이르면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1~2곳이 새로 은행권에 진입한다. 내년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금융업권 칸막이였다. 은행은 예금·대출, 보험은 보험, 증권은 위탁매매만 할 수 있도록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그러나 앞으론 세 가지 상품을 한곳에서 다 팔 수 있는 복합점포가 등장한다. 채소 가게에서 채소를, 정육점에서 고기를, 쌀가게에서 쌀을 사던 ‘금융 재래시장’과 달리 한 공간에서 쇼핑이 가능한 ‘금융 수퍼마켓’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다. 고객은 여기저기 다닐 필요 없이 여러 브랜드의 물건을 비교해 고를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향후 은행권 경쟁의 핵심 키워드는 전문성과 접근성”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상품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은행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오른 금융 빅뱅 <상> IT발 은행권 지각변동
금융 칸막이 사라져 무한경쟁 시대
계좌+자동이체 항목 원클릭 이전
주거래 은행도 쉽게 바꿀 수 있어
신한, 단골 최고 1.3%P 우대 금리
우리, 중급신용자 위한 대출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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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는 고객 칸막이다. 지금까진 거래 은행을 바꾸고 싶어도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를 일일이 옮기는 게 귀찮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10월부턴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은행 계좌와 함께 자동이체 항목까지 한꺼번에 이전이 가능해진다. 앞서 이를 시행한 해외에선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에서 2013년 9월 계좌이동제가 실시된 뒤 대형 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1년간 8만 개의 계좌를 잃었다. 반면 중소형 은행인 산탄데르와 핼리팩스는 각각 17만 개, 15만 개의 계좌를 새로 확보했다. 산탄데르는 예금 잔액에 최고 3%의 금리를 주고 휴대전화나 공과금 결제 때 1~3%를 현금으로 돌려줬다.



 국내 은행들도 단골 고객에게 줄 ‘당근’을 늘려 ‘집토끼’ 지키기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은행 예금·대출뿐만 아니라 계열사 증권계좌·펀드·보험까지 합치는 ‘하나통합마일리지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계열사의 캐시백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신한은행은 주거래 고객에게 인터넷·모바일뱅킹과 ATM 수수료 면제는 물론 최고 1.3%포인트의 우대 이율을 얹어주는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적금’을 출시했다. 지난달 국민은행도 ‘KB스타클럽제도’의 혜택을 확대했다. 주거래 고객의 등급에 따라 수수료 면제, 예금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넷째는 상품 칸막이였다. 은행 계좌에선 예금·대출만 취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 도입을 추진 중인 개인종합자산계좌(ISA)를 활용하면 계좌 1개로 예·적금은 물론 펀드나 파생상품 등 거의 모든 금융상품을 자유자재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그동안엔 은행권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중금리 대출로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은행권 이용이 쉽지 않았던 신용등급 5~6등급의 중(中)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6~9% 중금리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대출’은 5월 말 출시 이래 두 달간 총 5000건, 200억원이 나갔다.



이태경·염지현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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