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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황창규도 인터넷은행 도전 … 금융판 이종격투기

중앙일보 2015.08.06 01:22 종합 5면 지면보기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다음카카오 연합은 금융당국이 구상하고 있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 청사진과 맞아떨어진다. 금융당국이 원하는 첫 인터넷은행은 20년 가까이 고여 있던 은행산업에 신선한 자극이 될 ‘메기’다. 기존 은행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배제한 건 이 때문이다. 예금·대출이나 지급·결제처럼 기존 은행이 해오던 업무를 온라인화하는 데 그친 인터넷은행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자산관리나 파생상품 거래 등 투자은행(IB) 업무에 능한 증권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빅데이터 기술을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짝을 지어 기존 은행과는 전혀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은행을 낳아달라는 얘기다.


막오른 금융 빅뱅 <상> IT발 은행권 지각변동
은행 갖지 않으면 성장하는데 한계
미래에셋 “메신저 상담 비용 절감”
2금융 대표 교보생명도 유력 후보
KT “자회사 BC카드와 사업 계획”
인터파크 “전자상거래 기반 활용”
카카오 “이자로 게임머니 줄 수도”

 그런데 현행법상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은 금융회사가 주도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한 은행법의 ‘은산(銀産) 분리’ 조항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4%(의결권 없는 주식은 10%)인 소유 제한을 인터넷전문은행에 예외적으로 50%까지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당장 올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은행은 법상 제약은 없지만 금융당국이 원하는 구도가 아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한투지주와 함께 제2금융권의 대표주자인 미래에셋과 교보생명이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김남구 부회장의 한투지주,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 신창재 회장의 교보생명이라는 금융전업그룹 오너 간의 ‘빅매치’다.



 이들이 은행 시장에 뛰어들려는 건 여전히 은행이 국내 금융의 ‘중핵’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제2금융권 내에서 일가를 이뤘지만 은행을 갖지 않고는 본격적인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자산(2288조7400억원)은 전체 금융권 자산(3756조5900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더구나 최근 금융권의 경쟁은 은행과 증권, 보험을 결합해 누가 고객이 원하는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은행을 가진 지주회사로 전환되면서 KB·신한·하나·NH농협 등 대표 금융지주사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IT 업계가 새롭게 금융산업 ‘본류’ 진입을 노리고 있다. 막강한 SNS 네트워크를 갖추고도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던 IT 공룡 입장에선 인터넷은행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다음카카오 외에 유력한 후보는 KT와 인터파크 등이다. KT 관계자는 “자회사인 BC카드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는 전자상거래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인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면 경쟁 IT업체들도 가만히 앉아 있기는 어렵다. KT의 경쟁사인 SKT는 “사업성 검토 중”이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경쟁자인 네이버의 참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파장이 파장을 부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KG이니시스 등 결제대행사(PG) 등도 유력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투지주와 다음카카오가 선수를 치고 나섬에 따라 다른 금융사와 ICT기업의 짝짓기도 본격화해 금융판 이종격투기의 막이 오를 전망이다.



 자금 동원력을 갖춘 제2금융 대표주자와 IT 플랫폼의 결합은 시장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경쟁력 확보는 이미 연구가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예컨대 콜센터 대신 인터넷 메신저로 소비자를 모으고 상담을 하는 등 비용을 줄이면 수수료 면제 폭을 키울 수 있고, 국내외 자산관리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간 은행에선 보지 못한 최적의 상품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호영 다음카카오 모바일뱅크TFT 부사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향후 모바일뱅크에선 기존 은행이 주는 이자에 애니팡 하트, 레이븐 요술 망토 등 게임머니를 추가로 줄 수 있다”며 “카톡 대화창에 외국환을 넣으면 바로 환전할 수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을 2000년 도입한 일본에선 이종 산업 간 짝짓기를 통한 다양한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약하고 있다. 지분뱅크는 통신사인 KDDI(제2전신전화주식회사)가 참여했고, 라쿠텐뱅크는 포털이 기반이다. 이온은행은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의 상업시설에서, 세븐은행은 24시간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서 영업한다. 금융당국도 새로운 플레이어가 정체된 은행 시장의 판을 흔들길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인터넷은행으로 변신한 미국의 찰스슈워브는 올 3월 빅데이터와 컴퓨터 알고리즘을 융합해 만든 ‘로봇자산관리’ 시스템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계좌에 5000달러 이상만 넣어두면 로봇이 알아서 고객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공짜로 짜준다. 금융위원회 이윤수 은행과장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이종 산업의 결합을 통한 혁신적 서비스로 경쟁을 촉발시켜 금융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강병철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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