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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세 번 해임된 신동빈 … ‘손글씨 지시서’ 가장 충격

중앙일보 2015.08.06 01:18 종합 6면 지면보기
17명 롯데 노조위원장 “신동빈 회장 무한 신뢰” 강석윤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앞줄 왼쪽 넷째)이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카데미교육장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지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강 의장을 비롯해 계열사 노조위원장 17명이 참석했다. 강 의장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경영 능력 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신동빈 회장
‘한 달에 세 번 해임당한 회장’. 재계에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을 일컫는 말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가 전한 심경
“법적 효력 떠나 마음·자존심 상처
신동주의 교도소 발언에 분노
반드시 분쟁 정리하겠다고 다짐”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신 회장은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격호(94) 총괄회장에게 7월 한 달에만 세 차례 ‘물러나라’는 해임서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5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아버지의 지난 7월 17일자 ‘손글씨 해임서’에 특히 충격을 받았다.



 신 회장과 후계 자리를 놓고 충돌한 형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누군가 직접 손으로 쓴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엔 “7월 17일자로 장남인 신동주를 한국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 차남인 신동빈을 롯데그룹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총괄회장 신격호’란 사인과 도장도 찍혔다. 문서대로라면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 대표로 취임(7월 15일)한 지 이틀 만에 임명권자인 신 총괄회장이 이를 부인한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과 도장이 찍힌 문서. [ KBS ‘뉴스9’ 화면 캡처]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은 25년 동안 자신이 근무하고 공들여 키워 온 한국롯데까지 장남에게 넘겨 버렸다는 점에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문서의 법적 효력을 떠나 자존심이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문서를 신 총괄회장이 직접 쓴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가 본문을 직접 쓴 것은 아니지만 서명은 본인(총괄회장)이 하고 도장도 찍었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7월 26일 다시 차남을 잘랐다. 이번에도 신 전 부회장이 공개(7월 30일)한 문서였다. 이 ‘지시서’는 손글씨로 작성된 것은 아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재임명한다”는 내용의 글이 총괄회장 사인과 함께 담겼다.



 다음날인 27일, 신 총괄회장은 장남과 함께 일본으로 날아가 신동빈 회장 등 일본롯데 이사 6명을 일일이 호명하고 가리키면서 ‘손가락 해임’했다. 세 번째 해임이다.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를 앞세운 형의 격 낮은 공격 행태에 대해선 극렬한 반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입국한 이래 “신동빈 회장이 왜곡된 정보를 흘려 내가 (일본롯데에서) 영구 추방됐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한테 맞아서 아버지를 안 본다” “아버지가 신 회장을 교도소에 넣으라고 했다” 등의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재계에선 형의 도발에 분노한 신 회장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고 본다. 올해 초 한·일 롯데 주요 직위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신동빈 회장은 향후 일본롯데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해 이번 사태를 논란의 여지없이 끝내 버릴 생각이다. 정공법인 셈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일로 형이 (롯데에) 먹칠을 했다, 그룹의 리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한·일 롯데 통합을 위해선 반드시 (분쟁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신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으로 출근해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계열사 사장들의 업무보고를 받는 등 현안 챙기기에 집중했다. 입국 첫날과 둘째 날 잠실 제2롯데월드 현장을 찾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당분간 국내에 머물면서 밀린 경영 현안을 챙기고 가능한 한 빨리 기업을 정상화·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19개 계열사 롯데그룹 노동조합은 신 회장에게 힘을 싣기로 했다. 강석윤 롯데그룹 노조협의회 의장 등 롯데 계열사 노조위원장 17명은 이날 오후 잠실 롯데월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빈 회장은 롯데에서 임직원과 동고동락하고 그룹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인물”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롯데 노조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 경영을 안정화하고 재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 일명 ‘반(反)신동빈 연대’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강 의장은 “롯데그룹을 경영할 능력과 자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자와 그를 통해 그룹을 침탈하려는 소수의 추종세력이 그룹의 이미지와 기업의 신용, 임직원의 명예를 훼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소아·이현택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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