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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촌지 만원도 처벌” 한다던 조희연, 성추행엔 미적미적

중앙일보 2015.08.06 01:02 종합 12면 지면보기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5일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G고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내놓으려던 학내 성폭력 종합대책 발표를 갑자기 연기했다. 발표 예정 시간을 불과 2시간30분 앞두고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준비된 대책에 보완할 부분이 많아 발표를 하루 연기했다”고 말했다.


G고교 사건에 공식적 언급 없어
대책으로 거론된 핫라인·전담부서
신고 꺼리는 현실선 실효성 의문
‘음주 감사관’ 문제에도 미온적

 G고의 성 추문이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게 열흘 가까이 됐다. 그동안 학생과 교사 130여 명이 교장을 포함한 교사 5명으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조 교육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을 자녀로 둔 양모(42·여)씨는 “가장 안전해야 하는 학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교육청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용석(교육위원회·새누리당) 서울시의원도 “학교 현장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결국 교육감이다. 마치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학교에서 교사들이 저지르는 성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다.
 이날 발표하려 했던 종합대책에는 눈길을 끄는 내용이 없었다. ‘핫라인’(학생들이 피해를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전화 회선) 설치와 교육청 내 전담인력 배치, 전담부서 마련이 골자였다. 핫라인 설치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현장에서 만나본 G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핫라인이 없어 외부에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우리가) 말해도 (성희롱을 저지른 교사가) 처벌되지 않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여학생 4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된 미술담당 C교사는 학내 성고충처리위원회 책임교사였다. 한 청소년 성범죄 전문가는 “학생들은 신고하는 행위에 크게 불안감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고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이번 일과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 또 있다. 자신이 두 달 전에 임명한 김형남 감사관에 대한 처리 문제다. 김 감사관은 지난달 28일 술을 마신 상태로 피해 여교사 4명을 조사했다. 그가 6월 중순부터 부하 직원들에게 술 취한 상태에서 폭언과 욕설을 여러 차례 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은 5일 그의 퇴출을 주장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노조 관계자는 “감사관이 G고 감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이미 잃었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철저히 감사해야 할 사람이 감사를 받게 생겼는데도 시교육청은 “경위를 파악한 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조 교육감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학교가 오직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G고의 현실은 정반대였다. 조 교육감이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좀 더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게 옳다. 최소한 촌지를 근절하겠다면서 “교사가 1만원짜리 상품권만 받아도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을 때 정도로 학교 내 성범죄 추방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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