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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미혼 여성 울리는 자궁근종

중앙일보 2015.08.06 00:37 종합 17면 지면보기
주부 정모(29·경기도 고양시)씨는 6년 전 난생처음 산부인과에 갔다. 생리량이 평소에 비해 심하게 많아진 데다 5일 남짓이던 생리 기간도 10일로 늘어나서였다. 초음파검사 결과 자궁 안에 근종이 10여 개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제일 큰 것은 지름이 4㎝라고 했다. 진료를 담당한 의사는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미혼이었던 정씨는 수술이 내키지 않아 다른 산부인과에도 가봤다. 그 병원 의사는 “개수가 많지만 그리 크지 않고 증상도 심하지 않으니 지켜보자”고 말했다. 별다른 치료를 권하지도 않았다. 정씨는 그 뒤 6개월마다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았다.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지난해에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정씨는 “같은 병을 놓고 병원들이 서로 다른 치료법을 이야기해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5명 중 1명 2030세대 … 수술만이 정답은 아니죠
미혼, 출산 계획 있으면 절제 대신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기대 요법’
호르몬 분비 억제 치료법 등 권해
근종 지름 6㎝ 넘으면 절제 수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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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여성 질환 중 하나인 자궁근종 환자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에 자궁근종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9만8552명이다. 2005년 19만5000명에서 10년 새 65% 증가했다. 40대 여성 환자가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지만 정씨 같은 20, 30대 환자도 22%나 된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층의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생기는 종양이다.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예방법도 딱히 없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많아지면 크기가 커지고, 모녀·자매간에 함께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정도만 확인됐다. 자궁근종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는 “결혼·출산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출산 자녀 수도 적어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은 수술인데 일각에선 수술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남발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요즘 산부인과 수술의 절반이 자궁근종 수술이라고 보면 된다. 그냥 둬도 될 만한 근종도 무조건 제거하자고 하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 사이에도 수술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보니 환자들은 혼란스럽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송용상 교수는 “자궁근종은 대부분 양성종양으로 출혈이나 통증 등의 증상이 없다면 관찰만 해도 괜찮다. 위치나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다면 대개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나이대와 자녀 계획, 근종의 크기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미혼이거나 향후 출산을 계획하는 경우엔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관찰하는 ‘기대 요법’과 에스트로겐 분비를 억제하는 호르몬을 투여하는 ‘호르몬 요법’, 자궁근종만 절제해내는 ‘자궁근종절제술’ 순서로 치료한다. 기대 요법을 써보고 근종이 계속 자라 커지면 호르몬 요법을 써보고, 너무 커지면 수술을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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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대연 교수도 “자궁을 째고 들어가 근종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보니 수술 직후엔 아이를 갖기 힘들다. 당장 출산을 원하는 환자에겐 가급적 수술하는 대신 지켜보면서 임신을 시도하라고 조언한다. 근종을 가진 채로 임신·출산에 성공한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근종이 계속 자라나거나 증상이 심해 참기 힘든 수준에 이르는 경우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 교수는 “수술 기준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환자가 매일 하혈을 하거나 통증이 심해 힘들다거나, 근종의 지름이 6~7㎝를 넘어서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술을 받은 뒤에도 임신·출산을 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김 교수는 “수술 환자 가운데 80%는 수술 뒤 임신에 성공해 무사히 출산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궁근종을 너무 늦게 발견하면 난임의 원인이 된다. 아랫배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생리 때 출혈량이 늘고 핏덩어리가 나오는 등 예전과 다른 증상을 느끼면 꼭 병원을 찾고,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은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자녀 계획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궁 전체를 들어내는 ‘자궁절제술’을 많이 받았다. 근종을 떼어내도 재발할 수 있고 자궁을 제거해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엔 자궁을 최대한 보존하는 시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의 수는 2010년 10만 명에서 2014년 5만 명으로 줄었다. 백모(37)씨는 “지난해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가 ‘근종을 떼어내도 또 자랄 수 있다. 셋째를 낳을 게 아니면 자궁은 별 필요가 없으니 자궁절제술을 받으라’고 했다. 아이를 더 낳을 건 아니지만 자궁을 절제한 회사 선배가 ‘나 빈궁마마 됐잖아’하며 서글퍼하던 모습이 생각나 꺼려졌다”고 말했다. 백씨는 다른 병원에서 ‘자궁동맥색전술’ 시술을 받았고 6개월 만에 근종이 거의 사라졌다. 자궁동맥색전술은 근종으로 가는 자궁 동맥을 막아 근종 조직에 산소·영양분을 차단함으로써 저절로 괴사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만득 교수는 “자궁절제술을 받은 뒤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여성도 있다. 여성의 상징인 자궁을 무조건 절제하기보다는 색전술 등 대안적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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