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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무승부 … 슈틸리케 실험,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2015.08.06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슈틸리케 감독은 한·일전을 앞두고 중국과의 1차전 선발 멤버 11명 중 8명을 교체하는 대담한 실험을 했다. 이기진 못했지만 난적 일본을 상대로 경기 흐름을 주도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은 9일 오후 6시 10분 북한과 3차전을 벌인다. [우한=뉴시스]


슈틸리케 감독
1954년 스위스월드컵 지역예선.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일본에 지면 현해탄(대한해협)에 빠져 죽겠다”며 당시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필사즉생(必死則生·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을 서약했다. 세월이 흘러도 축구에서 한·일전의 의미는 특별하다. 감독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한·일전을 앞두고는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61·독일) 대표팀 감독은 소신을 지켰다. 선발명단 8명을 바꾸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결과는 1-1 무승부. 아쉬움과 희망이 공존한 ‘절반의 성공’이었다.

PK 선제골 못지키고 1-1
“일주일에 3경기, 선수들 혹사 안 돼”
선발 출전 8명 새 얼굴 … 파격 기용
승리 못했지만 주축 선수 체력 비축
일요일 북한 이기면 7년 만에 우승



 한국은 5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1-1로 비겼다. 역대 전적은 40승23무14패. 2010년 이후 일본전 5연속 무승(3무2패)이 이어졌다. 대회 중간 전적은 한국 1승1무, 일본은 1무1패다.



 지난해 9월 부임 이후 슈틸리케 감독의 첫 번째 한·일전이었다. 지난 2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이정협(24·상주)·김승대(24·포항) 등을 기용해 2-0 완승을 거뒀던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전에서 선발 멤버 8명을 바꾸는 대담한 실험을 했다.



 4-2-3-1 포메이션 중 주장 겸 중앙수비 김영권(25·광저우 헝다)과 수비형 미드필더 장현수(24·광저우 부리), 골키퍼 김승규(25·울산) 등 3명만 선발 명단에 남겼다. 대신 일본 J리그에서 뛰는 김민우(25·사간도스)와 이용재(24·나가사키)·정우영(26·빗셀고베) 그리고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27·울산)을 기용했다.



 한국은 전반 25분 상대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장현수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라 1-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전반 39분에는 아쉽게 동점골을 내줬다. 일본 야마구치 호타루(세레소 오사카)가 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망 오른쪽을 흔들었다.



 이후 흐름은 답답했다. 김신욱은 고립됐고 ‘지일파’는 부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주세종(25·부산)과 왼쪽 수비수 이주용(23·전북)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못했다. 일본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한국에 2-4 참패를 안긴 할릴호지치. 설욕을 바라는 팬들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경기가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9분께 주세종과 이주용을 빼고 이재성(23·전북)과 홍철(25·수원)을 투입했다. 후반 23분 이재성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이재성은 후반 24분 교체투입된 권창훈(21·수원)과 함께 한국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나 한국은 추가골을 넣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축구팬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과감한 실험을 했다’는 의견과 함께 ‘한·일전에서 실험을 한 게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하 JTBC 해설위원은 “2선 공격수와 풀백이 공격 지배를 못해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다. 일본이 수비 라인을 내려서 밀집 대형을 서기도 했다”며 “슈틸리케 감독이 대회 일정을 감안해 베스트멤버를 1차전과 3차전에 나서게 한 것 같다. 일본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덕분에 북한과의 3차전을 앞두고 많은 선수를 아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는 일주일간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난 동아시안컵에 선수들을 혹사시키러 온 게 아니다. 한 선수를 일주일동안 3경기에 90분을 다 출전시킬 수 없다. 선수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상대적으로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으로 나왔다. (일본이) 우리팀에 겁을 먹은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입장에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한국은 오는 9일 오후 6시 10분 북한과 최종 3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2008년 이후 7년 만의 우승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본전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무승부로 끝났다. 결과는 결과로 받아 들인다. 승점 1점을 쌓았기 때문에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재성은 “중국전을 마치고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라서 선발로 나갈 수 없었다. 자력 우승 기회가 있는 만큼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우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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