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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 한 나라를 판단해서야

중앙일보 2015.08.06 00:05 종합 32면 지면보기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분과 수다를 떨게 된다. 다행히 독일에서 왔다고 하면 반응이 대개 좋다. 주로 역사·통일·자동차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얼마 전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우선, 그 기사분은 교통 규칙이란 규칙은 깡그리 무시한 데다 무서울 정도로 과속을 했다. 그 와중에 내게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독일에서 왔다고 했더니 기사분은 자동차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벤츠·BMW·아우디 중 어떤 차가 더 좋으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내가 알기에는 서로 품질 차이가 크게 없으니 자기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찾아서 차를 고르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답에 만족을 못했는지 어떤 회사 차가 더 잘 팔리는지를 물었다. “미안하지만, 최근 통계를 잘 모른다”고 했더니 무시하는 말투로 “아니 독일 사람이 그런 것도 모르느냐”고 말했다.



 5분쯤 지나 기사분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독일 친구들은 한 명이 음주운전을 하면 다른 친구가 그 친구를 경찰에 신고한다는데 사실이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황당해하며 “독일은 인구가 8000만 명이나 되니까 그런 사람이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내가 알기에는 독일 사람들은 규칙을 잘 지키지만 냉정하고 정과 의리가 별로 없다고 누구한테 들었다”며 면박을 줬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누구’의 말만 믿고 정작 독일 사람인 내가 눈앞에서 하는 말은 믿지 않아 답답했다.



 그날 만난 택시기사가 말한 ‘어디서 들은 이야기’는 지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에 가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다 있게 마련이다. 독일인이든, 한국인이든 사람은 다 똑같은데 문화라는 껍질만 좀 다를 뿐이다. 진실이 아닌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를 믿고 한 나라 사람을 편견의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입견이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아니지만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면 다른 문화에 대한 공부와 사람 사이의 교류가 필요하다. 다른 문화에 열린 사회일수록 진실에 더욱 가까워진다.



 그때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집에 돌아온 뒤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화를 풀고 한여름 밤의 꿀잠을 잤다. 기사분이 이를 알았으면 ‘역시 독일인답게 맥주를 마셨다’고 했을까.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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