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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파트 외부 감사 … 효과 있다 vs 돈 낭비

중앙일보 2015.08.06 00:05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윤정민
사회부문 기자
인천시에 있는 3000여 세대 규모 H아파트는 지난해 1월 회계사무소에 의뢰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다. 비용은 8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올해 6월엔 742만원을 내야 했다. 물론 달라진 건 있었다. 회계사 1명이 나와 6시간씩 이틀간 현장 실사를 했던 데서 1명이 8시간씩 3일간 실사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나머지는 예전과 동일했다.



 서울시 동작구의 600여 세대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외부 회계감사 비용이 지난해 50만원에서 지난 3월 240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나 올해나 직원 2명이 하루 동안 현장에 나와 서류를 맞춰보고 자료를 가져간 것이 전부였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2013년 개정된 주택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다. 이 법안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단지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위반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정부가 아파트 비리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아파트 투명화 대책 중 하나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외부 감사의 세부적이고 구체적 기준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현장에선 감사 비용만 오르고 실효성은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실사 시간이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었을 뿐 다른 건 다 똑같은데 비용은 무려 9배 넘게 올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아파트 주민들도 “관리비를 아끼려고 감사를 하는 것인데 서비스가 나아진 건 없고 오히려 관리비 지출만 늘어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6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1월에 경쟁입찰을 통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단지는 세대당 평균 1122원을 냈지만 2~4월 사이 받은 단지는 세대당 2534원, 5~6월에 받은 곳은 세대당 3858원을 내야 했다. 감사비가 6개월 만에 343%가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회 측은 “지난해까진 몇몇 회계사가 ‘덤핑’ 식으로 계약을 싹쓸이해 날림으로 감사를 하고 돈만 챙기는 식이었다”며 “이제부턴 많은 시간과 인원을 투입해 감사를 하고 정상적인 대가를 받는 쪽으로 정착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감사를 위한 가격정상화 과정이란 것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현장에선 “서비스의 질은 그대로인데 가격만 먼저 정상화돼 아파트 관리비만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몇몇 부정한 회계사들을 찾아 징계하는 것은 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회계감사업체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게 먼저다.



윤정민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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