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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능력중심 사회와 능력중심 대학교육

중앙일보 2015.08.06 00:05 종합 33면 지면보기
전지용
경복대 총장
사람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육의 기능 중 하나다. 대학교육은 오늘날 고도의 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이는 대학이 지닌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이런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면 대학 스스로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여건과 시스템도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능력중심의 사회’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위 ‘학벌’이나 ‘스펙’을 떠나 개인이 갖춘 능력을 중시하고 우대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때 명문대를 나오고 외국어를 유창히 하며 유명 기업의 인턴을 거치면 무조건 뽑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오판이었다. 이른바 ‘아폴로 신드롬’에 빠져 막상 기대했던 성과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그다지 학벌과 스펙에 신뢰를 두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수많은 대졸자가 취업을 못해 방황하며 불안한 청춘을 보내고 있다. ‘3포 세대’ ‘5포 세대’ 등 비관적인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올 만큼 청년실업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국가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은 딱 하나뿐이다. 바로 능력중심 사회와 능력중심의 교육이다. 지금 대학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청년실업과 학생 감소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변해야 할까. 해답은 자명하다.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교육이다. 국내 일자리가 한계가 있다면 해외에서라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능력, 바로 이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단지 세계화를 넘어 세계의 능력표준 시스템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도입돼 교육 개발이 한창이다. 정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이를 인력 채용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NCS는 쉽게 말해 특정 직무에 어떠한 능력이 필요한지를 분석해 비교적 상세히 데이터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직원을 채용할 때 NCS에 나와 있는 해당 직무 능력을 검증하면 상당히 올바른 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이러한 능력표준을 글로벌화해 대학에서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당연히 국제 직무능력표준에 맞는 교육시스템과 기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인정되는 직무시스템을 연동해 국내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한 학과가 세계 최고가 되면 자연스레 그 학과 학생들도 세계 최고라고 여겨진다. 대학들이 글로벌 베스트 학과를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임금시스템도 바뀔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연공서열 임금체계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연이나 지연 등 외적인 요소에 더 좌우될 소지가 있다. 아무리 근속 기간이 짧더라도 능력이 월등하다면 이에 걸맞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능력의 표준이 있다면 이에 걸맞은 임금의 표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교육은 전공 직무와 상관없이 교육 기간이 천편일률적인 것도 문제다. 전문대는 2년, 종합대는 4년으로 지나치게 획일적이다. 예컨대 2년이면 충분히 교육을 마칠 수 있는데도 정해진 교육 연한을 맞추다 보니 2년을 의미 없이 더 다녀야 한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셈이다. 이제 직무에 필요한 교육은 단계별로 신축적인 맞춤형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대학 졸업 후 취업해도 일과 교육·자격·보상 부분이 모두 제각각이다. 노사 갈등도 일정 부분 여기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서로가 바라보는 기준과 체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능력을 갖추면 당연히 이 정도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관점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교육을 체계적으로 다시 다듬어야 할 때라고 본다. 예를 들어 1·2·3·4년 교육 레벨에 맞춰 가산점을 부여하고 자격을 갖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수업 연한 다양화는 이를 체계화하는 근거 법령이 될 수 있다. NCS에 따르자면 기능의 단위인 모듈이 뭉쳐 학위 단계로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수업 연한 다양화는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 하나하나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밟아 학위 인정 단계로 체계적으로 이어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능력중심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직무 능력을 탄력적인 수업 연한에 따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졸업 후 취업해서는 직무 능력에 따른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회가 앞당겨질수록 국가 경쟁력은 높아지고 교육의 질과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 이제 시간이 걸리더라도 뿌리 깊은 비효율적 교육제도를 과감히 고쳐나가는 근본적인 교육 개선 작업이 시도돼야 할 것이다.



전지용 경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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