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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여성인권 대모’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 양승태 대법원장 만나

중앙일보 2015.08.05 00:13 종합 26면 지면보기
긴즈버그 미국 연방 대법관(오른쪽)이 4일 양승태 대법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장 접견실. 푸른 눈의 여성 노법관이 방명록에 천천히 왼손으로 글을 적어 내려갔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의 공통 목표인 정의를 어떻게 추구해 나갈 것인지 배워가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올 82세 … 93년부터 종신 재직
국내 첫 동성결혼 커플 초청 만찬

  미국 소수자와 여성 인권 향상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2·여) 미 연방 대법관이 양승태 대법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만남에서 두 사람은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대법원의 역할에 대해 주로 대화를 나눴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젠더(gender)’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던 일화, 로스쿨 졸업 당시 미 연방 항소법원에 여성 법관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7일까지 4박5일 동안 김소영 대법관과 소수자 보호와 인권을 주제로 대담 형식의 강연을 하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만난다.



 ‘지혜의 아홉 기둥’으로 불리 는 연방 대법관 9명 중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 6월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서도 찬성 의견을 냈다. 이에 앞서 2013년 직접 동성 커플의 결혼식 주례를 서기도 했다. 1996년 “남성만 입학시키도록 한 사관학교 교칙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2007년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임금 격차와 관련한 소송에서 “현행법은 임금 차별 소송을 제기하는데 불리하다”는 소수 의견을 내 2009년 오바마 정부의 ‘공정 임금법’을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낙태금지법에 대해서는 “여성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예외 규정이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명해 22년째 재직중이다. 미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2010년 여성인 소피아 소토마요르·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을 지명하면서 미 연방 대법원의 ‘여성 트로이카’ 중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이날 저녁 한국 최초의 동성 결혼 커플인 영화감독 김조광수·김승환씨와 트랜스젠더(성전환) 배우 하리수씨 등 성소수자들을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초청해 만찬을 했다. 만찬 음식은 동성애자 방송인 홍석천씨가 운영하는 이태원 레스토랑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글=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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