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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나

중앙일보 2015.08.05 00:09 종합 27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국회의원 정수 늘리기가 최근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지역구 의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 수를 조절하는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시급한 현안이기도 하다. 이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논의를 시작한 이래 연일 공방전이 벌어진다. 의원 정수 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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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회확대가 필수적인가?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
정치학
좋은 나라는 제도를 통하여 시민의사가 국가권력과 정책에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국가를 말한다. 모든 시민의 뜻을 ‘직접’ 반영하는 제도가 불가능한 오늘날, 의회민주주의가 현대정치의 대종(大宗)인 까닭이다. 실제 현재의 선진민주복지국가들은 거의 전부 의회민주국가들이다. 의회국가의 건설 없이 좋은 나라는 불가능하다. 그들은 선진국이기 때문에 의회민주주의를 한 것이 아니라 의회민주주의를 하였기 때문에 선진국이 된 것이다.



필자는 의회규모와 권한의 확대를 주장해왔다.[중앙시평 2012년 2월 9일자 참조] 한국의 의회규모는, 5.16쿠데타가 파괴한 건국헌법 수준에 맞추더라도 500명에 달해야한다. OECD의 전체, 유럽국가, 단원제 국가의 평균에 맞추려면 각각 510명, 997명, 802명에 달해야한다.



의회권한 역시 크게 강화되어야한다. 한국은 정책결정권(헌법 제66조4항,제89조), 예산편성권(제54조①②항,57조), 인사권(제78조,86조,87조,89조,94조), 감사권(제97조)이 모두 대통령·행정부에 있는 권력의 초(超)집중 관료국가로서 민주공화국의 근본원리와 충돌한다. 주권재민·민의반영·권력분립은 정책결정·예산·인사·감사와 같은 ‘적극적 권한’의 일부를 의회가 가질 때 실현가능하나, 한국은 비판·청문·계수조정·국정조사와 같은 ‘소극적 권한’만 갖고 있다.



의회규모와 권한을 확대해야할 핵심이유는, 그것이 사회문제해결 및 갈등해소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상세통계를 보면 민주국가에서 의회규모가 클수록 사회갈등은 줄어든다. 갈등이 의회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사회갈등지수가 낮은 상위 15개 안정국가=평안국가의 의회규모와 권한은 막강하다. 이들 중 한국보다 의원 1인당 인구가 많은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이들 평균에 맞는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는 1020명이다. 한국은 OECD 2위에 해당하는 최고 갈등국가로서 갈등비용은 연간 80조-240조에 달한다. 갈등완화와 국가발전을 위해 의회확대는 필수적이다.



의회의 비효율성? 의회는 정부의 어느 부분보다 효율적이다. 22조가 투입되고 앞으로도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4대강사업을 비롯해 대통령과 행정부의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보고도 의회의 비효율성을 말하는가? 관료국가를 넘어 의회국가로 가지 않는 한 선진민주복지국가는 불가능하다. 의회예산은 국가예산의 0.2%에 불과하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방대한 권한·규모·예산·낭비에 비하면, “300명, 0.2% 예산, 소극적 권한”밖에 없는 의회는 훨씬 효율적이다. 정치비용은 세금을 국민을 위해 사용케 할 최소규모의 가장 효율적인 감시수단이다.



민주주의는 선출직의 국가주도와 비선출직에 대한 견제만큼 발전한다. 문제는 오늘의 심각한 정치불신과 정치혐오를 딛고 어떻게 의회확대를 위한 국민동의를 얻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87년체제는 기업·관료·검찰·정보기구·언론·시민단체가 연합한 강력한 반(反)의회·반(反)정치 담론의 시대였다. 실제의 국가실패·정책실패·경제실패의 핵심책임은 대통령과 정부·관료·기업에게 있음에도 거꾸로 ‘소극적 권한’만 가진 의회가 혐오대상이 된 것이다. 이 왜곡된 정치증오는 국가발전 지체와 민주주의후퇴와 국민 삶의 피폐화라는, 국가와 국민의 피해로 귀결되었다. 이제 국회는 세계 최고수준의 세비[1인당 GDP 대비 5.5배]를 절반 이상 삭감하는 특권철폐를 솔선하여, 정치혐오극복과 의회국가실현의 장애를 돌파해야한다. 상시개회와 전문성 제고, 절대청렴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들의 인식전환 역시 필수적이다. 왜곡과 진영논리를 넘어 정녕 차분하게 묻자. 무엇이 과연 나와 나라를 위한 합리적 제도인가를. 의회국가 건설에 길이 있다. 한 세대 후에 실현된, 조국을 위한 막스 베버의 선견지명을 우린 당대에 실현해보자.:“독일에서 국가의 미래질서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의회로 하여금 통치를 담당할 능력을 갖게 만드는가?’에 놓여져야 한다. 다른 모든 질문은 단지 오류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이다.”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정치학



공천 민주화 등 선거 개혁 우선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흔히 국회의원 정수 확대론자들은 의원당 국민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평균보다 많고, 정수 확대가 대표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고 기득권은 축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의원 정수 문제는 이와 별 관계가 없고 출산율, 자살률 등이 OECD에서 나쁜 순서로 1위를 다투고 있음을 감안하면 사회적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아래에 있어야 마땅하다. 또 공무원연금 조정, 지방세와 담뱃세 인상에 이어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 하게 될 정치권이 제 몸집은 불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의원 정수 확대론자들은 의원 1인당 국민 수가 줄어들면 의원으로부터 받는 서비스, 즉 대표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이러한 주장의 전제는 대리인인 의원이 주인인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인데 현실은 다르다. 선거 때만 되면 살려 달라고 하지만 평상시는 정당의 대리인일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강화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의원 정수가 늘어나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의원도 늘어나겠지만 문제는 한국 정당의 강한 기율로 인해 의원의 다양성이 의정활동의 다양성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적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는 이유로 당원 자격이 정지되기도 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대다수 의원이 찬성했던 법안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게 우리 정당의 현주소다.



 의원수가 늘면 의원의 기득권이 축소된다는 주장 역시 옳지 않다. 영국 의회와 같이 의원 수가 늘어도 의사당을 신축하지 않고 일부 의원은 서서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라면 n의 증가가 n분의 1을 축소시킨다. 그러나 무급 의원이 어느새 유급 의원이 되고 유급 보좌관까지 두게 된 지방의회에서 보듯이 대리인이 셀프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곳에서는 옳지 않은 주장이다.



 물론 의원 정수 확대 반대가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51.3%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단 2석을 제외한 16석을 얻은 데에서 보듯이 현행제도는 지역구도를 지나치게 증폭시킨다. 또 비례대표제 포럼에 따르면 13~19대 총선 결과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에게 간 표는 평균 987만 표였지만 낙선자에게 간 표는 1023만 표였다고 하는데, 이는 현행 제도가 심각한 대표성의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탈 3김 시대 정치제도의 틀을 만들었던 박관용 국회의장 산하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지역구 200대 비례대표 100을 권고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를 치유하기 위함이었다.



 비례대표가 전국구(錢國區)로 비난받았던 것은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당 지도부가 옥과 돌을 섞는 공천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역별 정당명부제에서는 5개 권역을 상정하는 경우 평균 20명의 짧은 명부가 되기 때문에 유권자의 감시가 훨씬 더 철저해질 수 있고 정치 지망생의 서울 집중을 막는 장점도 있다. 동시에 지역구 수의 감소는 지역구당 인구 수를 늘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편차 2:1 기준을 맞추는 것도 용이하게 한다.



 권역별 정당명부제 도입은 지금과 같이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병립하는 혼합다수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제안하는 혼합비례제는 정당투표에 정확하게 비례해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장점은 있지만 초과 의석의 문제, 지역구에서 좋은 후보를 발굴한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은 적게 배분받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선거제도 개혁은 공천민주화와 동반할 때 제대로 된 효과를 낸다. 당원경선과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론적으론 어느 것이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현역의원이 잠재적인 도전자 측 당원 가입을 막는 상황에서는 당원경선의 부작용은 명약관화하다. 마침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제안하고 있으니 한국 민주주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양당의 제대로 된 주고받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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