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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의사의 수술에 성적을 매길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5.08.05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산딥 자후아
미 롱아일랜드 의료원 의사
심장의학을 전공한 나는 14년 전 심장에 큰 탈이 생긴 노인 환자를 수술할지 말지를 두고 수석 전문의와 논의를 거듭했다. 노인은 흉부 통증 악화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였다. 혈관 사진을 보니 관상동맥에 폐색 현상이 심각했다. 오래전부터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아온 데다 신장 기능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전력도 있었다. 담당 전문의가 노인을 탈 없이 수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수술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위험을 비교하려면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단하는 게 최고다. 그러나 나와 함께 노인의 진료 기록을 검토한 수석 전문의는 노인을 보지도 않고 ‘수술 받기 힘든 고위험군 환자’라고 잘라 말했다. 뛰어난 심장 전문의인 그가 수술을 기피한 건 이유가 있었다. 수술이 실패할 경우 보건당국의 징계를 받을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의 주 정부들이 유행처럼 도입한 ‘의사 수술 성적’ 보고제 탓이었다. 1990년대 초 뉴욕주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특히 심장 수술 결과를 개선할 목적으로 기획됐다. 주 정부 당국이 의사들의 심장 수술 결과를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성적을 부여한 뒤 이를 병원과 대중에게 공개한다. 수술 성적이 나쁜 의사는 근신 기간을 갖도록 한다. 동료보다 수술 실적이 처지는 의사는 억지로라도 실력을 개선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내 부작용이 발생했다. 수술을 지레 포기하는 의사가 급증한 것이다. 중환자를 많이 수술하면 할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높아져 수술 성적도 나빠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중환자를 많이 다룬 탓에 성적이 낮게 나온 의사들은 메스를 들 권한을 상당 기간 박탈당했다. 반면 중환자 대신 ‘쉬운 환자’만 수술한 덕분에 성적이 좋게 나온 의사들은 자신을 ‘실력 좋은 의사’로 홍보하며 높은 연봉을 받았다.



 나와 함께 일했던 수석 전문의는 이런 모순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쉽고 단순한 수술만 맡아야 최고 의사가 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울분을 토했다. 2003년 발표된 한 보고서는 의사들의 수술 결과를 보건당국에 보고토록 의무화한 뉴욕과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병원들의 관상동맥 수술 결과를 다른 주 병원들의 수술 결과와 비교했다. 그랬더니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병원들에선 전형적인 ‘체리 피킹’(Cherry Picking·유리한 사례만 취사 선택하는 행동) 현상이 발견됐다. 의사들이 상태가 양호한 환자에 대해서만 관상동맥 수술을 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환자는 수술을 거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그 결과 주민들의 보건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 보고서는 “수술 성적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면 의사들은 중환자 진료를 피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5~2013년 발표된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주 정부가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혈관형성 수술 성적을 공개했더니 역시 ‘체리 피킹’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수술 성적 보고제의 실패는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라도 사람의 동기를 무시하면 부작용을 낳는다는 법칙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 제도를 만든 주 정부들도 이를 의식해 대비책을 만들긴 했다. 의사들의 성적을 산정할 때 수술의 난이도에 따라 가중치를 주는 방안이었다. 중증 신부전증 같은 위험 질환을 앓는 가운데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는 환자는 별다른 기저질환 없이 같은 수술을 받는 환자보다 평균 사망 위험도가 10배 높다고 상정하고 그만큼의 가중치를 담당 집도의의 점수에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사망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산정해내기 어렵고, 허약 체질처럼 정량화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최고의 외과 전문의는 대부분 대학병원에 있다. 동네 의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중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이 대학병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수술 성적’만 갖고는 이런 사실을 알 수 없다. 머리가 좋아 대학 과목을 선행학습하는 고교생에게 단순히 학점이 낮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 입학처장은 수업의 난이도를 감안해 점수를 조정한다. 하지만 주 정부들이 의사들의 수술 성적을 매길 때 반영하는 난이도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에서 심장 전문의 한 명이 한 해에 집도하는 수술은 100건을 넘지 않는다. 이처럼 횟수가 적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소규모 표본을 기준으로 측정한 사망률이 ‘진짜’ 사망률이 아니라는 건 통계학 원론만 수강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표본이 작을수록 실제 평균과의 편차는 벌어지게 돼 있다.



성적보고서는 심장 수술의 개선을 유도해 환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도입됐다. 그러나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미국 국민은 주 정부 관리들처럼 의사의 수술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다. 어느 설문조사 결과 의사들의 수술 성적을 보고 어떤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지 결정했다고 답한 환자는 6%에 불과했다. 흐릿하고 왜곡된 기준으로 의사 점수 매기기에 몰두한 사람들은 환자가 아니었다. 관리와 의사들뿐이었다.



산딥 자후아 미 롱아일랜드 의료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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