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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승계라는 룰 만들고 그 속에서 선수끼리 경쟁해야”

중앙선데이 2015.08.02 00:20 438호 4면 지면보기
“후계 승계 프로그램은 운동경기로 치면 규칙(룰)을 정하는 일이다. 룰 없이 경기하면서 형제간 다툼이 발생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채이배(41·사진) 공인회계사는 “롯데 경영권 갈등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후계자의 자격, 평가기준, 평가위원 선정 방식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형제간 다툼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보나.
“후계 승계 프로그램이 없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필연적으로 이런 갈등을 거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선택돼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차라리 잘된 일이다.”

-어떤 면에서 잘된 일인가.
“다툼의 당사자들은 경영권을 거머쥐려면 자기편을 확보해야 한다. 롯데 내부 구성원 입장에서 보면 그룹을 더 잘 이끌 사람을 선택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외국의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도 결국은 후보끼리 경쟁하도록 해 능력을 비교하는 과정이다.”

-한국 기업에서 유독 가족 다툼이 잦다.
“경영 승계는 공식적인 절차인데 가족경영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 총수인 아버지가 자녀 중 누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주주 같은 이해관계자 승인 절차도 없다. 시장은 차기 경영자를 추측할 수밖에 없다.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다른 대기업들의 경영권 분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롯데의 일본 최상위 지주회사가 비상장사여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받으면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고 기업 내부 사정을 공시를 통해 알려야 한다. 소유구조, 내부거래, 이사회 일정 등이 공개된다. 이런 공시의 범위에 해외 계열사는 들어가지 않는다. 국내법이 해외 법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인가.
“롯데의 일본 내 기업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된다.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억측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롯데그룹에서 자발적으로, 소유구조와 이사회 멤버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런 경영 정보는 기업 기밀이라고 볼 수 없다. 정보를 감추니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하고 투자자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번 사태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가족경영을 하더라도 일종의 승계 프로그램을 작동해야 한다. GM이나 GE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경영자를 내부에서 발탁하거나 외부에서 영입한다.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가 내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특히 외국 금융회사들은 ‘우리의 승계 프로그램은 이러이러하다’라는 사실을 공시한다. 후계 승계 프로그램이라는 룰을 정하고 경영 대권의 후보들은 룰에 맞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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