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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 사냥 의사, 미 당국 수사선상 올라 …유엔, 밀렵과의 전쟁 결의안

중앙일보 2015.07.31 11:38
[사진 AP통신]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국민사자’로 불리는 세실을 사냥한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가 미국 야생동물보호청의 조사를 받게 됐다.

파머는 지난달 미끼를 이용해 검은갈기 수컷사자인 세실을 보호구역 밖으로 유인한 뒤 석궁과 총으로 사냥했다. 세실의 목이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되자 짐바브웨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공분해 파머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야생동물보호청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파머가 자행한 사자 사냥의 사실 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드러나는 사실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파머의 혐의에 대해 사법경찰관을 불러 함께 조사하거나 수사기관에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파머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와 자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야생동물보호청의 전화조차 받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세실이 보호받는 사자인지 몰랐고, 적법 절차에 따라 사냥했다”고 변론을 내놓은 뒤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청의 사법 책임자인 에드 그레이스는 “당국이 찾고 있다는 사실을 파머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파머의 법률 대리인을 통해 연락을 받거나 직접 야생동물보호청으로 찾아올 것을 요청했다. 미 야생동물보호청의 조사와는 별개로 짐바브웨 수사당국 또한 파머에게 밀렵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파머에게 돈을 받고 사냥을 도운 사람들은 이미 짐바브웨 현지에서 기소된 상태다. 파머의 세실 사냥으로 인한 논란이 확산되며 미국 시민 10만 여명은 파머를 짐바브웨로 인도해 법정에 서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파머 논란을 계기로 유엔도 야생 동식물의 밀렵과 불법거래를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3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했다. 결의안은 70개국이 발의한 것으로 야생동물 관련 범죄에 관한 단독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랄드 브라운 유엔 주재 독일대사는 파머의 세실 사냥을 비판하며 “오늘 결의안은 불법적 행위에 대해 전쟁을 벌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을 통해 앞으로 야생 동식물 불법거래를 막기 위한 국제 공조도 강화될 계획이다. 결의안은 동식물 밀매를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면서 각국이 밀매를 막기 위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법제 개정을 하도록 했다. 또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한 유엔 특사 임명을 검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결의안에 들어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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