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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에게 섭섭한 ‘친족 3인’ 신동주 편에 섰다

중앙일보 2015.07.31 02:30 종합 4면 지면보기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남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은 ‘신동주 쿠데타’의 실질적인 브레인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지난 4월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의 방문 앞에서 열흘간 ‘석고대죄’를 해 아버지의 마음을 푼 것도 삼촌인 신선호 사장의 조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의 원 리더(One Leader)’로 부상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본지 2015년 7월 2일자 B1면) 신 전 부회장이 의기소침해 하자 신 총괄회장의 전격적인 일본행을 추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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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호 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이다. 한때 일본 롯데에서 일하며 롯데리아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 총괄회장과 송사를 벌이지 않은 유일한 동생이다. 그런 그도 롯데와 간접적으로 소송에 얽힌 적이 있다.



 맏사위인 이호진(53)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07년 “우리홈쇼핑 최대주주를 롯데쇼핑으로 변경한 것은 위법”이라면서 행정소송을 했지만 패소했다. 태광은 우리홈쇼핑 지분 45.04%를 확보한 2대주주로서 롯데와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패배했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의욕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신동빈 회장과의 승부에서 진 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3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조문규 기자]
 ‘신동주 쿠데타’에는 일본의 신선호 사장뿐 아니라 한국의 신영자(73)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6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도 함께했다. 신동주·동빈 형제에게는 배다른 누나와 6촌 형이다. 신동주·신영자·신동인 이 세 사람은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다가 신동빈 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순식간에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먼저 좌천된 것은 신동인 대행이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사촌인 신병호(2005년 작고) 전 롯데칠성음료 고문의 장남이다. 1968년 롯데제과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그룹기획조정실 사장,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호텔 사장까지 올랐다. 궂은 일도 맡았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전후해 약 2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2004년 7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수사가 시작되고서야 보고했다”는 그의 증언을 뒤집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그런데 그해 10월 롯데그룹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정책본부를 신설하고 ‘신동빈 본부장’ 체제를 갖추면서 그는 밀려났다. 이듬해 2월 롯데제과 사장 등에서 물러난 뒤 10년 동안 롯데자이언츠 일만 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영자 이사장은 오늘의 롯데백화점을 키운 주인공이다. 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79년 롯데백화점 설립 때도 부친과 함께했다. 이후 롯데쇼핑을 성장시키는 데 30년 가까이 매진했지만 정작 2006년 상장을 앞두고는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신동빈 회장은 등기이사를 유지했다. 2012년에는 경영에서 물러나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등 사회공헌 활동만 맡고 있다. 신 이사장과 일본에 동행한 딸 장선윤(44)씨도 명동 에비뉴엘 개관을 주도하는 등 롯데쇼핑 이사로 활약했지만 일선을 떠났다가 지난해 10월에야 롯데호텔 상무로 복귀했다.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이해 관계가 얽힌 회사도 있다. 팝콘·콜라 유통을 하는 시네마푸드·시네마통상이다. 신 이사장이 지분 30% 안팎, 장선윤 상무를 비롯한 자녀들이 20%가량을 보유한 ‘가족 회사’다. 그런데 신선호 사장도 시네마통상에 9.43%, 시네마푸드에 5.44%의 지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을 통해 2012년 약 250억원의 매출을 거뜬히 기록했던 이들 회사는 2013년 2월 롯데시네마가 매점을 직영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사실상 문을 닫았다. ‘재벌 일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여론의 비난에 따른 조치였지만 회사가 입은 타격은 컸다. 지난해 매출은 0원, 영업손실액이 약 5억원이다. 신동인 대행도 동생인 신동립(65) 전 롯데호텔 대표가 시네마푸드에 지난해 7월 등기이사로 부임해 관련이 있다. 동생 역시 신동빈 회장이 부각되면서 호텔 대표가 된 지 1년 만인 2008년 롯데대산유화 고문으로 물러났다. 신 대행은 지난해 롯데 구단이 선수들을 호텔 폐쇄회로TV(CCTV)로 사찰했다는 파문 후 신 회장이 “구단 개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도 유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에게 가족·친척이 등을 돌린 모양새다. 30일 한국에 온 신동주·동빈 형제의 친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 여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날 시게미쓰 여사는 “아키오(昭夫·동빈)냐 히로유키(宏之·동주)냐” “왜 한국에 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남편이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향했다. 시게미쓰 여사의 입장은 두 형제가 다툼 없이 각자의 사업을 꾸려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산사스=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 신선호 사장이 경영하는 식품회사. 국수를 제조·판매한다. 1972년 설립했으며 본사는 도쿄다. 오사카·나고야 등 전국 네 곳에 지점과 공장이 있다. 직원 190명, 자본금 2억7000만 엔(약 25억5000만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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