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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파주·판교 … 도시 건축의 욕망이 얽힌 곳

중앙일보 2015.07.31 00:13 종합 23면 지면보기
판교는 공동체가 살아 있는 도시를 꿈꿨지만, 창을 내지 않는 닫힌 도시가 됐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욕망에 시대별 상황이 맞물려 도시는 변하고 있다. 수도권만 해도 난개발로 아파트만 가득한 것 같지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축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축전 ‘아키토피아의 실험’은 서울의 세운상가,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와 헤이리아트밸리, 경기도 판교 신도시 등 세 지역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도시 건축의 욕망을 읽어내고 있다. 아키토피아(Architopia)는 건축의 이상향을 뜻하는데 건축(Architecture)과 유토피아(Utopia)를 합친 말이다.



 최근 보행환경개선 작업을 위해 국제공모전까지 한 세운상가는 1968년 완공한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다. 건물이 있던 자리는 일제강점기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서 남겨 놓은 공터였다. 폭 50m, 길이 1180m의 공터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무허가 판잣집으로 가득찼다. 서울시장인 김현옥은 서울을 기막힌 이상도시로 만들어야 되겠다는 일념하에 세운상가 개발에 앞장섰다. 동행자는 건축가 김수근. 당시 개발안은 국민소득 200달러에 불과했던 당시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었다. 초가집이 대다수였던 시절에 피트니스센터와 같은 주민 편의시설을 갖춘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이다. 전시를 기획한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던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도 이상도시에 대한 꿈을 종이에 스케치로만 남겼을 때 한국에서는 이를 실제로 구현해 낸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출판도시는 1989년 출판인과 건축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이상도시다. 전체 대지 면적이 159만㎡(48만 평)인데 1단계 개발안은 마무리됐고, 현재 2단계안이 진행되고 있다. 수백 개의 출판사 건물이 들어섰는데도 어느 정도 통일성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파주출판도시에만 있는 ‘공동 계약서’ 덕이다. 사옥 건축은 회사별로 추진하되 도시 전체의 조형미를 위해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계약서에 따라 건축가 민현식·승효상 등이 코디네이터를 맡아 건축지침을 만들어 세부사항을 정했고, 건물을 지을 때 이를 따르게 했다. 도시의 꼴을 갖췄지만 과제도 있다. 박길룡 국민대 명예교수는 전시도록에서 “책이 사람과 문화로 엮이고 효소로 작동하려면 시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 전까지는 그냥 산업단지일 뿐이다”고 말했다.



 판교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운중동·백현동 일대 약 930만㎡에 조성된 2기 신도시다. 분당·일산·평촌 등 아파트로 뒤덮은 1기 신도시의 문제점을 고려해 인간적인 주거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사이로 2000여 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단독주택 필지가 들어섰다.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마을의 통일성을 갖추려 노력했지만, 파주 출판도시와 같은 건축지침은 없었다. 그럼에도 들어선 집들의 모양새가 비슷비슷하다. 외부 창문이 적은 게 특징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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