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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이든 펑펑 … ‘투수 요리사’ 강정호

중앙일보 2015.07.31 00:11 종합 24면 지면보기
강정호가 이틀에 걸쳐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강정호는 상대 투수의 구질이나 볼카운트에 상관없이 자신감 넘치는 스윙을 하고 있다. 30일(한국시간) 미네소타와 경기에서 2회 초 솔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의 축하를 받는 강정호(가운데). [미니애폴리스 AP=뉴시스]


‘해적선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메이저리그를 휘젓고 있다. 볼카운트와 구종을 가리지 않고 홈런을 펑펑 때려 내면서 ‘무서운 신인’을 넘어 ‘만능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틀 연속 홈런포, 시즌 7호 기록
7개 중 4개 불리한 볼카운트서 날려
허들 감독 “두려움 없는 타자다”



 강정호는 30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 첫 타석에서 시즌 7호 홈런을 터뜨렸다. 2회 초 1사에서 상대 선발 어빈 산타나의 4구째를 때려 좌중간 솔로 아치를 그렸다. 전날 경기 9회 마무리 글렌 퍼킨스를 상대로 결승 홈런을 뽑아낸 데 이은 연타석 홈런이었다. 강정호는 내야 안타 2개를 추가하면서 5타수 3안타·1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89에서 0.295(268타수 79안타)로 올라갔고, 피츠버그는 10-4로 이겼다.



 강정호는 이틀간 2개의 홈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완전히 연착륙했음을 입증해 보였다. 전날 퍼킨스로부터 뽑아낸 홈런은 낮게 제구된 슬라이더를 퍼 올려서 나왔다. 1B(볼)-2S(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레그킥(왼 다리를 들어 중심 이동)을 통해 힘을 실어 멀리 날려 보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뒤 한동안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다리를 들지 않았던 강정호는 상황과 투수에 따라 자유자재로 자세를 바꾸고 있다. 실제로 산타나로부터 홈런을 칠 때는 똑같은 1B-2S였지만 시속 150㎞의 높은 강속구를 레그킥 없이 부드럽게 잡아당겨 담장을 훌쩍 넘겼다.



 강정호는 볼카운트와 관계없이 언제나 자기 스윙을 한다. 볼카운트별 홈런을 보면 초구를 친 것이 3개, 1S가 1개, 2S가 1개, 1B-2S가 2개다. 초구를 제외하면 타자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홈런이 나왔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도 이 점을 높게 사고 있다. 허들 감독은 30일 “강정호는 투수와 싸울 줄 아는 타자다. 스트라이크 존을 잘 파악하고 있고 훈련도 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타자는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격을 꺼리며 서두르기도 한다. 그러나 강정호는 두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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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일부에선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를 상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 같은 걱정이 기우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야구를 통계·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은 구종별 득점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피치밸류를 제공한다. 타자의 경우 구종별로 얼마나 공을 잘 때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강정호는 직구 100개당 0.99(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구종을 잘 공략함)를 기록해 250타석 이상 들어선 218명의 타자 중 66위(30일 기준)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주전급 타자 중 직구를 때리는 능력이 상위 30% 안에 든다는 의미다.



 강정호가 직구에는 강하지만 변화구에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시즌 초반 강정호의 변화구 공략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강정호는 이마저도 이겨 냈다.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으면서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웠다. 7개의 홈런 중 3개(슬라이더 2개·커브 1개)가 변화구를 받아 친 것이다. 피치밸류에서도 커브는 38위(2.32), 체인지업은 70위(1.00)로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슬라이더(138위·-0.55)에 약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월의 내셔널리그 신인상 수상 가능성도 커졌다. 강정호는 이달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0, 3홈런·8타점을 올렸다. 타율 0.377, 2홈런·8타점을 올린 필라델피아 외야수 오두벨 에레라와 접전을 펼치고 있다. 투수 중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크리스 헤스턴(3승, 평균자책점 1.57)과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2승1패, 평균자책점 1.32)가 경쟁자다.



 한국인 가운데 이달의 신인상을 받은 선수는 최희섭(36·KIA)이 유일하다. 최희섭은 시카고 컵스 소속이었던 2003년 4월 타율 0.241, 5홈런·14타점을 기록해 이달의 신인상을 받았다. 류현진(28·LA 다저스)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한편 추신수(33·텍사스)는 이날 뉴욕 양키스전에 8번타자·우익수로 출전해 4타수 3안타·1타점을 기록했다. 텍사스가 5-2로 이겼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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