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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보고서’로 끝나선 안 될 메르스 보고서

중앙일보 2015.07.31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
지난 28일 국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책특위가 49일간의 활동을 마쳤다. 새누리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 등 의사 출신만 7명인 특위는 내내 ‘무력한 정부’와 싸워야 했다. 정부는 특위의 2차 전체회의(6월 11일)까지만 해도 “공기를 통한 전염은 없다” “환자와 2m 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만 감염 의심자로 본다”고 고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병원 내의 공기 감염 가능성이 있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공기를 통한 감염은 아직 없다.”



  한 달 뒤인 7월 10일 5차 회의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더 매서워졌다.



▶새정치 김영환 의원=“문제의 시작은 기계적인 ‘2m, 1시간’ 가이드라인과 공기 감염은 없다는 장담이다. 정부의 오판과 안일한 인식이 사태를 키웠다.”



 ▶새누리 신 위원장=“기준을 고집할 게 아니라 인근 환자와 이동 환자를 감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 조치를 안 해서 평택성모병원이 크게 뚫린 것 아닌가.”



그러자 정부는 꼬리를 내렸다.



▶질병관리본부 측=“너무 소극적이었다고 본다.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지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논란은 50일 넘게 계속됐다.



 ▶새정치 임수경 의원=“복지부 등 6개의 대응조직이 있는데 컨트롤타워는 어디인가.”



▶질병관리본부 측=“보건복지부다. 대응은 범부처 차원에서 하고 있다.”



 ▶새누리 이명수 의원=“컨트롤타워는 총괄부처인 국민안전처가 되어야 한다.”



 사석에서 만난 여당 특위 위원들은 “정부가 해도 너무 했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평택성모병원은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진 폐쇄’했다는 이유로 지원금도 안 주겠다고 버티더라….”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특위의 ‘활동결과보고서’는 이런 사투와 고민의 기록이다. 보고서 초안은 ‘방역 당국의 지식 부족과 오판’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혼선’을 지적하며 ‘보건부의 독립 또는 보건 담당 차관을 두는 복수 차관제 도입’ ‘질병관리본부의 위상 격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본지 7월 30일자 1면>



국회의 보고서는 구속력이 없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정부가 결정한다. 신상진 위원장은 “연금이 문제 되면 연금 전문가를, 감염병이 문제가 되면 의료인을 장관에 앉히는 것은 구태”라며 보건부의 분리·신설을 주장했다.



 모두가 허둥대는 사이 메르스는 3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국회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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