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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정치자영업자 협의회가 살길

중앙일보 2015.07.31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성탁
정치부 차장
최근 외관이 온통 노란색인 택시를 탔다. 못 보던 차량이라 운전자에게 물어보니 “협동조합 택시”라고 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를 인수해 택시협동조합이 만들어졌는데, 기사들이 2500만원씩 투자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나도 주인이란 생각 때문인지 승객 서비스에 더 신경을 쓴다. 영업용 택시를 하던 때보다 벌이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당을 회사 등에 비유하는 표현이 회자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을 ‘정치자영업자 협의회’라고 부른다. 과거 야당 세력·학생운동권·시민단체·관료·진보 정당 등 다양한 출신이 모여 있으면서 계파로 나뉘어 대립하는 자화상에 대한 자조(自嘲)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주식회사’로 불리는데,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이유에서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새누리당에는 조직의 장을 해본 의원들이 많아 갈등 조정에 익숙하다. 반면 야당에는 운동권 출신 등이 다수여서 자기 목소리를 관철하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구성원 출신이 복잡한 야당이 갑자기 오너가 있는 주식회사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자영업자 협의회를 협동조합으로 업그레이드할 순 있을 것 같다. 지난 2월 세계적으로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꼽히는 스페인 북부 기푸스코아주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103개 조합이 연합한 이 협동조합은 매출액 기준으로 스페인 10대 기업에 해당하는데,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우선 조합원 누구도 특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몬드라곤 조합원 7만4000여 명은 의사 결정 때 ‘1인 1표’ 원칙을 지킨다. 경영을 책임지는 위원회의 멤버도 투표로 뽑는데, 대표나 임원도 한 표 행사에 예외가 없다. 조합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도 최소 임금자의 8배를 넘지 못한다. 성과에 따라 연봉 수백억원을 받는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이다. 새정치연합이 협동조합으로 바뀌려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누가 당의 주류가 되든지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또 다른 성공의 비결은 결속이었다. 2013년 조합 중 하나인 파고르전자 가전부문이 파산하자 나머지 조합에서 인력을 흡수했다. 지금까지 해당 조합원의 80%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런 연대의 정신을 확보하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은 개별 자영업자 협의회로 흩어질 수 있다. 실직의 위험에 상시 노출된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조합원의 자세였다. 그들에게 “훨씬 높은 연봉을 받을 자리가 많을 텐데 왜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다. 고연봉을 받을 자신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한결같이 “나누며 공유하는 철학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이들이 항공기 부품과 첨단 의약품을 생산하며 세계 41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식 조합을 꾸려 가고 있었다. 내분에 시달리는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어떤 철학을 위해 모였는지, 어떤 미래 가치를 꿈꾸는지부터 함께 성찰해봤으면 한다. 그래야 여권의 악재에도 지지율 20%대를 넘지 못하는 야당에 ‘노란 택시’를 보는 듯한 관심이 쏠릴 것이다.



김성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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