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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ISA 도입은 금융 DNA 진화의 계기

중앙일보 2015.07.31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주요 선진국에서 인기가 높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ndividual Savings Account) 제도가 한국에서도 도입될 예정이다. ISA는 1인당 한 개의 계좌에서 예적금, 펀드, RP, 파생결합증권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세금우대 금융상품이다. 투자자산을 집중 관리하는 동시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이번에 도입되는 ISA는 한국 금융시장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 금융시장이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유사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발전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수준이 낮은 것은 짧은 산업화 기간과 제조업 중심의 압축 성장 전략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오랜 산업화 기간 동안 금융 문화가 축적된 영미계 국가에 비해 금융이 경제를 선도할 시간과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금융을 제조업과 유사하게 제도의 문제로 인식한 결과 선진국 제도 도입만 서둘렀다. 21세기 들어서도 금융 발전의 초석이 되는 투자 문화의 발전은 배제한 채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공허한 구호만 남발했다.



 선진국의 경우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금융이 경제의 중심이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출자를 받아 서인도 제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벤처기업의 성공 스토리와 유사하다. 르네상스의 중심에 있던 메디치 가문도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했다. 현재 글로벌 금융을 주무르는 유대인은 2000년간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지만 금융 네트워크를 매개체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즉 기존 선진국의 근대성에는 금융이 경제를 움직이는 DNA가 형성돼 있었다.



 ISA 도입은 한국의 금융 문화가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다양한 금융 상품을 동시에 관리하게 되니 투자자의 금융지식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구조적인 저금리 상황을 감안할 때 포트폴리오, 위험, 절세 등 투자의 근간이 되는 개념을 체득하고 활용할 수 있다. 투자가가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하게 되면 투자수익률이 높아진다. 이는 노후 준비가 부족한 서민층의 재산형성을 돕는 효과도 있다.



 만일 ISA로 유입된 자금이 저금리 극복을 위해 자본시장 관련 투자자산으로 옮겨간다면 경제의 활력도 크게 높일 것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영국이나 일본은 ISA 자금이 주식 등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금융과 실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기도 했다.



 통상 금융투자 문화가 개인의 DNA에 녹아있는 국가들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안정적이다. 반면 한국의 금융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진국 제도 도입에 그쳤다. 그리고 별반 효과도 없었다. ISA는 단순히 과거 세금우대 금융상품의 변종이 아니다. 자신의 재산을 통합운용하면서 위험(Risk)과 수익(Return)의 조화를 체득하는 계기가 마련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ISA가 성공한다면 금융의 하부구조와 경제 전반의 시스템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금융이 경제를 선도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면 과장일까?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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