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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할 보건부에 각 부처 흩어진 관련 업무 모아줘야”

중앙일보 2015.07.30 00:58 종합 6면 지면보기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인구·보건의료·기획 등 4개 정책실로 돼 있다. 사회복지실은 저소득층·장애인 지원과 자활 등을, 인구정책실은 출산 장려·고령화(노인)·보육·국민연금 등을 다룬다. 두 실이 복지 파트다. 보건의료실은 의료·공공보건·건강보험·건강 증진 등을 담당한다. 감염병은 공공보건에 속한다. 기획실은 인사·예산 등 지원업무 담당이다. 업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지와 보건의 연관성이 별로 없다. 겹치는 부분을 꼽자면 저소득층 의료 지원 정도다. 양쪽을 오가거나 한쪽에 오래 있다 다른 쪽으로 옮기면 업무를 새로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과에서 기초수급자 복지 업무를 하다 공공의료과로 발령 나면 생소한 업무에 맞닥뜨린다.


질병관리본부는 별도 청으로 격상
현 체제선 보건 분야, 복지에 밀리고
양쪽 오가다 보면 전문성도 안 쌓여

 복지와 보건을 오가면 이것저것 골고루 아는 ‘제너럴리스트’는 될지 몰라도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는 어렵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초동 대응 실패 때문에 빚어졌고 그 이면에는 ‘전문가·전문성 부재’가 있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예방의학)은 “전문성이 뒤처지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게 복지와 보건을 한 부처가 끌어안고 있어 경험과 지식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회메르스특별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부를 분리·신설하는 방안을 권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 확대 바람을 타고 올해 보건복지부의 복지 예산은 2011년의 2.8배가 됐지만 보건은 1.8배로 늘었을 뿐이다. 보육정책국,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 기초연금, 요양보험 등은 10년 전에 볼 수 없던 복지 관련 조직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각각 10조원에 육박하는 기초연금·보육 등의 덩치 큰 복지예산에 보건 업무가 치이기 일쑤다. 일반예산이 부족하니까 어떤 경우에는 건강증진기금(담배 판매로 조성)에서 돈을 쓰도록 떠안긴다. 이런 관행 때문에 담배를 팔아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인데도 흡연자 건강 관리에 쓰이는 게 얼마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보건과 복지가 한 부처로 된 나라는 한국·일본·프랑스·헝가리 등 7개국뿐이다. 업무가 이질적인 데다 고령화 때문에 덩치가 커지면서 함께 두기 곤란해서다. 스웨덴은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회보장·복지·보건 등 3개로 나누었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駐韓) 스웨덴 대사는 “보건복지 분야에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세분화할 수밖에 없다.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부-질병관리청-보건소로 이어지는 체계를 짜야 신종 감염병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복지나 보건 업무를 헤쳐모여 식으로 조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부를 떼어내고 남는 저소득층 복지와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업무를 합쳐 선진국처럼 고용과 복지를 연계하고, 학생·산업·환경 보건 업무를 교육부·고용부 등에서 보건부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설계도에 따라 보건부 독립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메르스특위는 차선책으로 복지부에 보건·복지 복수 차관을 두거나 질병관리본부를 독립 청으로 격상하는 중간이행 방안을 제시했다. 특위는 ▶방역 매뉴얼 마련 ▶역학조사관 현장 통제 권한 부여 등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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