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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덮고 미래로 못 가” … 한·미·일·유럽 지식인 528명 성명

중앙일보 2015.07.30 00:54 종합 8면 지면보기
29일 일본 아베 정부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한·일 지식인들. 왼쪽 여섯째부터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고은 시인,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박종근 기자]


“아베 총리는 다음달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한국과 일본, 미국·유럽의 지식인 528명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다. 29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다.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들은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0주년인 2010년, 병합조약 자체가 무효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처음 214명이 서명해 발표한 당시 성명은 동참 지식인이 1100여 명으로 늘어나 일본 정부에까지 제출돼 각성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볼프강 자이테르트 하이델베르크대 교수 등 미국과 유럽의 역사학자들이 동참했다. 그만큼 현재 아베 정부의 우경화 정책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성명은 “아베 정부는 과거를 덮어두고 미래로 가자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때 동아시아의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며 아베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또 “민족주의·국가주의에서 벗어나 한·중·일 시민사회가 성숙해야 그 기반 위에서 평화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의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5년 전 발표한 성명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불행하게도 일본 정부의 극심한 우경화 사태가 벌어졌다”며 성명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성명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일본 내에 대단히 죄송한 역사 역행 상황이 벌어졌다”며 “비정치적인 중도 성향의 학자 75명도 가세해 최근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제 아베 총리는 비판을 받아들일지 외면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가치인 진실이 생매장되고 있다. 한·일 양국 지식인의 고민에 태평양 너머의 지식인까지 연대해 우리의 힘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성명에는 한국에서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386명이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오다가와 고(小田川興) 전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등 105명이 서명했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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