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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면사무소에 엘리베이터 놓는 군위군

중앙일보 2015.07.30 00:44 종합 10면 지면보기
경북 군위군 산성면사무소에 설치 중인 엘리베이터. 다음달 말 1, 2층 사이를 운행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29일 오후 경북 군위군 산성면사무소. 작은 옛날 학교 같은 베이지색 2층 건물 중간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구조물이 들어섰다. 공사비 빼고 재료비만 4000만원이 넘는 최신식 엘리베이터다. 한 달 뒤인 8월 말 가동 예정이다. 가동 구간은 1층과 2층 사이다. 높이 20여㎝짜리 계단 20개를 오르내리는 대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게 만들었다.


5억원 들여 군내 건물 6곳에 설치
군 “한 달 2번 노인대학 열려 필요”
“돈 없어 저수지 둑도 못 고치는데 … ”
주민들 “노인 핑계, 세금 함부로 써”

 산성면뿐 아니다. 군위군 군위읍사무소와 부계·소보·효령면사무소, 우보면 복지회관에서도 엘리베이터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3층인 우보면 복지회관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2층 건물에 계단도 20개 안팎이다.



 이들 읍·면사무소와 복지회관 6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모두 5억원이다. 이런 공사를 진행하는 군위군은 2013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11.6%에 불과하다. 1년 예산에서 군위군 스스로 거두는 세금 등 지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다. 전국 227개 시·군·구 중 218위다. 자체 수입만으로는 군에서 일하는 공무원 월급도 줄 수 없다. 올해는 재정자립도가 5.9%로 더 떨어졌다.



 엘리베이터 설치는 김영만(63·무소속) 군수가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내건 공약이었다. 장근종 군위군 재무과장은 “면사무소 2층에서 한 달에 두 번 노인대학이 운영되고 가끔 주민행사도 열린다”며 “엘리베이터가 생기면 노약자들이 보다 쉽게 2층을 오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산성면 주민 박모(80)씨는 “번듯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하게 2층을 오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효령면 주민 김모(60·여)씨는 “웬만한 노인들도 2층에 올라가는 걸 힘겨워하지 않는다”며 “세금을 함부로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효령면사무소에서 만난 80대 노인은 난간을 짚긴 했지만 2층까지 20초가 채 안 돼 올라갔다. 군위군에 따르면 관내 읍·면사무소 2층에서 노인대학이 열린 2000년대 초반 이후 최근까지 10여 년 동안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은 없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노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화려한 투명 엘리베이터로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군위군의원은 “무너질 위험이 있는 소하천 저수지 둑도 재정이 부족해 제때 보수를 못하는데 수억원을 들여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치에 닿지 않는 사업”이라며 “지난해 군 예산안 심사 때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려 했지만 모두들 ‘좋다’고 하는 분위기에 제대로 짚지 못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근대화의 역군인 어머니·아버지 세대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한 끝에 마련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경북도의원 등을 지내고 2010년 군수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와 고배를 마신 뒤 지난해 재출마해 당선됐다.



군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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