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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영상통화로 줄일 수 없는 멀리 산다는 것의 무게감

중앙일보 2015.07.30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서울 남산타워 정상에 오르면 멋진 풍경이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전망대 유리창에는 전 세계 주요 도시까지 거리가 적혀 있다. ‘베이징 956㎞’ ‘파리 8909㎞’ ‘뉴욕 1만1062㎞’ 등등. 이 숫자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란 사실 쉽지 않다. 거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어떻게 잴 수 있고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



 뉴욕까지 1만1062㎞는 멀다. 하지만 한국에 살기 위해 떠나온 나도 솔직히 매일 이 거리를 피부로 느끼는 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서울로 오기 전 부모님께 태블릿PC를 사드리고 매일 이를 이용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자주 뵈면서 멀리 계신 부모님과의 거리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서울에 정착해 한국말을 배우고 빠른 생활 리듬에 빠져들면서 뉴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게 됐다. 아침마다 출근 복장을 갖추고 오전 미팅에 맞추기 위해 바쁘게 출근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먼 곳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은 고모부께서 돌아가셨을 때다. 어느 날 아침 일찍 형이 보낸 다급한 문자에 잠을 깼다. ‘부모님께서 너를 찾으시더라. 바로 전화 드려.’ 나쁜 소식임을 직감했다. 소식을 듣고 심장이 멎는 듯했다. 장례식이 이틀 뒤라는 부모님 말씀에 어려운 질문을 드렸다. “제가 가야 할까요?” 뉴욕은 가는 데 거의 하루가 걸린다. 부모님께서는 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처음으로 거리의 무게를 느꼈다. 1만1062는 잔인하면서 차갑고 괴로운 숫자로 다가왔다.



 만약 사이가 더 가까운 작은아버지였다면 갔을까? 분명히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경계선은 어디일까? 얼마나 가까운 사이여야 할까? 똑같은 질문은 가족의 결혼식 때도 반복됐다.



 두 달 전 조카가 태어났을 때 거리의 의미를 다시 느꼈다. 난생처음으로 삼촌이 된 나는 최대한 빨리 미국 집으로 달려갔다. 한 주 내내 조카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기저귀도 갈아주었다. 지금은 다시 돌아와 한국이다. 불현듯 깨닫게 된 것은 태블릿PC와 영상통화는 이 새로운 생명과 삼촌이 교감하고 거리감을 좁히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과연 조카의 삶에서 친밀하고 소중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저 멀리 살며 한 해에 두어 번 볼까 말까 한 낯선 마크 삼촌이 될까? 진정한 거리의 의미는 이런 소중한 순간을 통해 잴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멀리’는 참으로 무거운 낱말이다.



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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