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파값 치솟을라 … 관세 임시로 낮춰 수입물량으로 가격 조절

중앙일보 2015.07.30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1. 중국 칭다오(靑島)항에서 출발한 대형 상선 한 척이 13일 부산항에 닿았다. 이 배에는 중국 산둥(山東) 일대에서 재배된 양파 약 400t이 실려 있었다. 이날부터 28일까지 하루 평균 400t의 중국산 양파가 부산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평상시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물량이다. ‘양파 대란’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6월 가뭄과 이상 고온으로 국내 양파 수확량은 형편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평년 수요와 견줘 26만t이 모자란다. 역대 최악이다. 폭염으로 양파 값이 치솟았던 2012년 부족량(9만t)을 크게 뛰어넘는다.


농산물 수급관리의 진화<상>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양파 수확이 거의 마무리 됐기 때문에 양파 가격이 더 불안해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미리 마련해놓은 ‘위기단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양파 수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 겨울 양배추 산지로 유명한 제주 서부지역에 지난해 9월 비상이 걸렸다. 현지 농가에서 양배추 파종을 끝냈는데 재배 면적이 1931㏊에 달했다. 수요를 감안할 때 15.5%(300㏊)가 넘치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면 11월 이후 수확기 때 양배추 가격 폭락이 불 보듯 뻔했다. 현지 농가로 구성된 품목협의회에서 제주도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일부 양배추 밭을 갈아엎고 대신 보리를 심었다. 도청은 제주도 맥주 공장과 농가를 연결시켜 줬다. 생육 상태가 나쁘다 싶은 양배추는 미리 뽑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1만8000t 생산량을 감축했다. 김명훈 제주도청 사무관은 “초기에 물량 정리를 해서 농가 손해를 최소화했다”며 “올 초 수확기에 양배추 도매 가격도 8㎏당 평균 5000원 안팎으로 평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뭄과 고온에 양파 값이 치솟자 정부가 수급 관리에 나섰다. 민간이 주도해 설계한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사진은 올 5월의 전남 무안 양파 밭.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관리 대책이 진화하고 있다. 값이 오르고나서야 뒤늦게 대응 방안을 내놓는 옛날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이상 기온에 급변하는 수요까지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크게 늘어서다.



 이달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자율과 숫자’. 달라진 수급 대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수요와 공급 관리의 무게 중심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더 옮기는 게 골자다. 정부의 역할은 정밀한 수치에 기반한 현장 조사, 계측 그리고 전망하는 일이다. 제주 겨울 양배추 수급 관리 대응도 생산자 자율에 기반한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배추, 무, 양파, 마늘, 고추 5가지 채소 수급 관리책은 사전에 설정한 위기단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정부가 시행한다. 가격이 얼마나 오르내렸는지에 맞춰 7개 단계로 구간을 설정했고 위기단계별로 ‘이런 대응을 하라’고 명기해놨다. 기준은 생산 농가, 유통업자, 소비자, 학계 등 민간이 주도하는 ‘수급조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양파대란에 따른 국외 물량 수입도 이런 매뉴얼에 따른 조치다.



 이재욱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지난해 수급 매뉴얼을 시행한 이후 선제로 안정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며 “가격의 진폭과 안정기로 접어드는 기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5대 채소류의 가격 변동률은 2012년 14%, 2013년 12.9%였지만 지난해 9.8%로 좁혀졌다. 이 정책관은 “앞으로도 정부의 개입 여부는 원칙적으로 민간 주도의 수급조절위원회 합의를 통해 엄격히 결정하겠다”고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