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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기업인 사면해야 … 청년 일자리 힘 쏟겠다”

중앙일보 2015.07.29 00:36 종합 8면 지면보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경제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정치권이 이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입법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겠다.”



 1년 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었다. 이후 그는 이전 경제팀이 손도 못 댔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부터 풀면서 현 정부 경제팀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한국은행도 세 차례나 금리를 인하하며 보조를 맞췄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은 성과였다. ‘이제는 집이 좀 팔리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가장 듣기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 개혁 전도사도 자처했다. 취임 이후 줄곧 “지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는 “개혁의 성과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절박함을 일깨운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청년이 취직을 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최 부총리를 27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 고현곤 편집국장 대리와 정경민 경제부장, 표재용 산업부장이 만났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



왼쪽부터 중앙일보 고현곤 국장대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정경민 경제부장, 표재용 산업부장. [김성룡 기자]


 ▶고현곤 편집국장 대리=1년 전 취임 당시에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



 “세월호 참사로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위기 돌파를 위해 항로 변경이 필요했다. 지금까지의 방법으론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봤다.”



 ▶정경민 경제부장=무엇부터 해야 하나.



 “과거 우리는 제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 반도체·철강·자동차 공장을 더 짓는 건 어렵다. 서비스업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선진국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일자리는 서비스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의료·교육 분야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



 ▶국장 대리=관련 법이 국회에 걸려 있다.



 “정치권이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을 한다. 외국에서 환자 유치하는 것과 의료민영화하고 무슨 상관인가.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에도 계속 던지는 질문이 있다. 국내 대형병원은 해외에 나가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송금을 하려 할 때 현지 정부가 ‘당신네 나라에선 의료법인은 영리활동이 금지돼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당신네 국내법을 따르지 않는가’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건가.”



 ◆노동시장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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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장 대리=노동·교육·금융·공공 4대 부문 구조 개혁 가운데 가장 시급한 건 뭔가.



 “노동 개혁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양극화돼 있다. 정규직은 과보호돼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너무 열악하다. 이러니 기업은 비정규직만 늘리려고 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 대우는 좀 낮추고 비정규직은 끌어올려야 이런 간극을 메울 수 있다. 그래야 청년 실업 문제도 풀린다.”



 ▶표재용 산업부장=구체적으로 뭘 바꿔야 하나.



 “지난달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틀어진 게 임금 체계 개편이었다. 대표적인 게 임금피크제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한 세트다.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니 취업규칙 변경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거의 합의가 되다가 막판에 틀어졌는데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청년 고용



 ▶산업부장=청년 고용 대책을 발표했다. 일할 사람과 기업 간의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



 ▶최 부총리=청년 실업이 심각한 건 세 가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첫째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인 에코 세대가 한꺼번에 취업시장에 나왔다. 이전에 비해 10만 명 이상 공급이 늘었다. 둘째 2008~2009년 대학에 입학한 에코 세대는 대학진학률도 사상 최대였다. 셋째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기업들이 최소 3년은 신입사원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정년 연장 혜택을 볼 사람은 3년간 30만 명 정도다. 그만큼 청년 취업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3재가 겹친 만큼 청년 실업은 일시적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동산·가계부채



 ▶경제부장=취임 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최근엔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면서 공급 과잉의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몇 년 동안 공급다운 공급을 못해봤다. 앞서 언급한 에코 세대도 주택시장에 들어온다. 게다가 앞으론 50대 중반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의 귀농·귀촌이 이어질 거다. 새로운 주택 수요가 생겨난다는 뜻이다. 도시에도 주거의 질이 열악한 곳이 많다.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잠재해 있다.”



 ▶경제부장=퇴직을 했지만 고령화에 따라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반퇴세대’의 탈서울 바람이 불 수 있다. 차제에 일률적인 수도권 규제를 재검토할 생각은 없나.



 “도시 월급쟁이의 꿈이 자기 고향이나 교외로 조그마한 집이라도 마련해서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 조그마한 농가 주택이라도 사면 투기꾼으로 몰린다. 도시의 자본이 농촌으로 가야 한다. 옛날처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수도권 규제는 도시자본이 지방으로 흘러간 뒤 검토해볼 과제다.”



 ▶국장 대리=부동산과 관련해 가계부채 문제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내리는 것은 기업이나 가계가 돈을 빌려서 자산도 사고 투자도 하라는 의미다. 빚이 늘어난다는 것은 금리 정책이 먹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가계부채 대신 기업의 생산활동 쪽으로 대출이 가도록 하라는 지적은 맞지만 부채 자체를 줄이는 것은 저금리 정책과는 맞지 않다. 다만 가계부채를 한 번에 갚는 것이 아니라 나눠서 갚도록 하고, 위험성이 있는 제2금융권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



 ◆기업 활력 회복



 ▶경제부장=광복 70주년 특별 사면에 기업인이 포함되나.



 “우리 기업이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기업인도 사면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이미 여러 차례 그런 소신을 밝혀 왔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산업부장=삼성과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했다. 기업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회사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어떻게 정비해야 할 것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창과 방패의 문제인데 외국계 회사는 한국이 폐쇄적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경영권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창이 너무 날카롭다고 한다. 현재 시점에서 창과 방패의 균형이 깨졌느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한다. 외국 자본도 국내법을 지키기만 한다면 언제나 환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해외 투자를 더 받아야 한다.”



 ◆북한 및 거취



 ▶경제부장=중국이 계속 고속성장을 할 수는 없다. 대안은 북한밖에 없다. 남북경협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문제는 핵이다. 핵 문제가 진전되면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두만강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개성공단을 확장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최근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총회 특별 결의만 하면 비회원국인 북한도 지원할 수 있다. 동북아개발은행도 구상이 나왔는데 핵 문제만 해결된다면 국제 사회에도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다. 북한과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국가들과 모여 개발은행을 만들 수 있다.



 ▶국장 대리=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말이 많다.



 “정무직 장관의 거취는 대통령이 결정하는 사항이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가 가장 급하다. 경제 회복에서 성과를 내는 게 주어진 소명이다.”



정리=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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