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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앞에서 3차례 급브레이크 법원 “소형차라도 보복운전 맞다”

중앙일보 2015.07.29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회사원 김모(36)씨는 지난해 6월 5일 오후 9시20분쯤 자신의 승용차인 폴크스바겐 골프를 몰고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5차로 도로 중 2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3차로에 있던 고속버스가 앞으로 끼어들려 하자 양보하지 않고 그대로 운전했다. 고속버스가 승용차 뒤로 들어오는 걸 본 김씨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버스 기사가 속도를 줄여 다행히 충돌은 피했다.



 이후 고속버스는 김씨 승용차를 피하려고 1차로로 차선을 변경했다. 그런데 김씨도 버스를 따라 1차로로 진입한 뒤 또다시 버스 앞에서 두 차례 급제동했다. 당시 시속 90㎞ 이상으로 달리던 버스가 세 차례나 급제동하면서 버스에 타고 있던 한 여성 승객이 다치기도 했다.



 버스 기사의 고소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김씨는 “내 차가 버스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보복운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승용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 등 협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자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승용차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협박의 고의도 없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최창영)는 28일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본래 자동차 자체가 살상용·파괴용 물건이 아닌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속버스가 이 사건 승용차를 따라 급제동하면서 충돌할지 모르는 당시 상황에서는 피해자는 물론 제3자도 생명 또는 신체에 살상의 위험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승용차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의 운전 행위를 협박으로 판단했다. “보복운전을 해 피해자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무고한 승객들의 생명과 안전이 큰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반성의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80시간의 복지시설 및 단체 봉사활동과 40시간의 준법 운전 교육 수강을 함께 명령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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