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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오래 갑시다’ 갑·을 게임의 룰 바뀐다

중앙일보 2015.07.29 00:03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상생아카데미에서 베이커리 창업과정을 수료한 예비창업가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각 업체]




삼성전자

103개 협력업체에 142억 규모 격려금



LG디스플레이

CEO가 현장 방문·간담회…2·3차 협력사까지 챙겨



BGF리테일

4개 은행과 상생결제 협력, 거래 기업에 1200억 융통



오행설은 삼라만상이 쇠·나무·물·불·흙의 다섯 가지 원소로 긴밀히 얽혀 서로의 생명력을 북돋우며 상생의 세계를 펼쳐간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저마다 이익을 추구하며 서로 물어뜯고 죽이는 ‘게임의 법칙’ 또한 존재한다. 흔히들 상생을 ‘윈윈(win-win) 게임’이라고 한다. 게임에는 원래 ‘사냥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윈윈게임 자체는 서로 대립되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만큼 현실 속에서 상생을 구현하기 힘들다는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기업과 사회가 상생을 추구하는 배경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103개 반도체 협력사에 142억원 규모의 상반기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도 상생과 동반성장을 염두에 둔 의사결정이었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반도체 사업장에 상근하는 제조·건설·환경안전 관련 협력사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는데, 이번에 지급된 인센티브는 지급 대상 업체 수와 금액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이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협력사 인센티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안전 인센티브’로, 환경안전·인프라 부문의 사고 발생 제로화 및 그에 따른 보상을 위해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생산성 격려금’으로, 생산·품질 관련 협력사 격려를 위해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협력사 인력파견 제도’, ‘환경안전 컨설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상생협력 제도를 운영해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실천하고 있다.



인센티브 지급 대상업체 수와 지급 금액은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실제 지난 2010년 46개 업체(4865명), 50억6000만원(안전 인센티브+생산성 격려금 기준)에서 지난해 100개 업체(1만174명), 209억원, 2015년 상반기 103개 업체(1만451명), 141억8000만원으로 늘어났다. 5년 새 인센티브 지급업체는 2.3배, 지급금액은 5.6배 늘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침체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연간 1회였던 인센티브를 상·하반기 각 1회씩 연 2회로 나눠 조기에 지급키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협력사들과 지속적으로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협력사의 자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2010년부터 임직원의 자발적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하는 라이프스 굿 봉사단. [사진 각 업체]




LG디스플레이 또한 동반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은 지난 21일 동반성장위원회 안충영 위원장과 함께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오성디스플레이를 방문했다. 현장에서의 개선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협력사 직원들의 애로 사항 등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현장 방문 후에는 오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뉴옵틱스·신성델타테크 등 경기북부 지역 5개 협력사 대표들과 함께 상생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실시해 협력사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실질적인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언뜻 통상적인 협력사 방문이지만, 이번 방문은 LG디스플레이가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동반성장 활동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협력사의 애로사항 및 아이디어를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오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생산성 향상 및 품질·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OLED 대형 공정라인 자동화와 관련된 활동을 진행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의 경쟁력이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라는 상생철학을 바탕으로 협력사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 지원·경영 역량 강화·열린 소통 등을 감안한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특히 2·3차 이하 중소 협력사까지도 1차 협력사와 동일한 동반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반성장이 진정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올 3~4월 전국 5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진행한 협력사 채용박람회 현장. [사진 각 업체]




삼성·LG와 같은 글로벌 기업만 상생을 부르짖는 게 아니다.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해 지난 22일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과 ‘상생결제시스템’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동시에 체결했다. 이 시스템은 대기업과 협력기업 간 물품대금 지급을 위해 사용하는 외상 매출 채권을 1~3차 협력사가 대기업 수준의 낮은 금리로 시중 은행에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에 협력사가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은 약 1200억원 규모다.



회사 측은 기존 1차 협력사에만 국한됐던 이 제도를 2·3차 협력사로까지 확대해 거래의 안정성과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 협력사들은 BGF리테일의 신용도로 낮은 금리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BGF리테일 이건준 부사장은 “편의점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협력사와의 탄탄한 파트너십과 함께 체계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상생결제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협력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해 상생의 선순환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의 일환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또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복지단체를 찾아가 기부금만 전달하던 활동에서 벗어나 좀더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감동없는 사회공헌활동은 옛말이 됐다. 기업 안팎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회공헌활동은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패스트 트랙이 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 외에 협력사와 지역사회 등 경영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로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사업의 본질도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평판 또는 명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 경영으로 재설정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순히 기업의 투자활동이 아니라 공유가치창출(CSV)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실을 알아챈 것이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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