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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좁다 서울 먹겠다 … ‘진격의 삼송베이커리’

중앙일보 2015.07.29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대구의 명물 빵집으로 꼽히는 ‘삼송빵집’의 박성욱 사장이 인기빵 중 하나인 ‘크림치즈 소보로빵’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삼송베이커리에서 빵을 사려면 비가 오는 궂은 날이라도 줄을 서야만 한다. ‘마약빵’이라 불리는 통옥수수빵 때문이다. 막 구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얇은 빵피 안에 전날 숙성시킨 옥수수와 옥수수 크림이 가득한데 탱글탱글 씹히는 식감과 달근한 감칠맛 덕분에 인기 상종가다. 


현대백화점 판교점부터 입점 시작
박성욱 사장 “튀긴 빵은 안 판다”
롯데 입점 군산 이성당과 한판승부

 맛에 반한 고객들이 ‘중독빵’,‘마약빵’이라 부르다 요즘엔 그냥 ‘마’로 줄여부른다. 척 하면 안다는 얘기다. 하루 평균 5000개가 팔린다.



이렇게 대구를 평정한 삼송베이커리가 상경한다. 1957년 문을 연 이후 근 60년 만이다. 삼송베이커리는 다음달 2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시작으로 9월 1일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에 입점한다. 빵의 품질과 유명세를 눈여겨 본 백화점 측이 2013년부터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한 군산 명가 ‘이성당’과 제대로 ‘맛빵 열전’을 펼치게 됐다.  



 “처음엔 고민이 많이 됐죠. 촌놈이 괜히 서울에 가 본전도 못 건지는 거 아닌가. 하지만 서울이든 어디서든 정직한 가격으로 웰빙빵을 드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그룹 본사에서 만난 박성욱(47)사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포부를 밝혔다. 전날 밤 늦도록 구웠다며 4대 인기빵인 구운고로케·소보로단팥빵·크림치즈찰떡빵·통옥수수빵을 내 보였다. 박 사장은 친척 어른이었던 창업주, 아버지 박한동(72)씨에 이어 가업을 잇고 있다.



 유명세와 별개로 위기도 많았다. 90년대 내내 이어진 지하철 공사,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로 상권이 죽어 직원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가게엔 가족 몇 명만 남았다. 곧 이어 파리바게뜨·뚜레주르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동네 빵집 태반이 문을 닫았다.



 지금은 어떨까. 예상을 깨고 박 사장은 “이제 윈도베이커리(동네빵집)가 다시 뜬다. 손님들도 착한 가격에 더 맛있는 빵을 다시 찾아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엔 값만 비싸고 맛은 없는 빵들이 너무 많다”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삼송의 비결은 3대 원칙에 있다.



 첫째, 다른 곳에선 못 만드는 차별화된 소품종 빵이다. 300가지가 넘던 빵 종류를 12가지로 확 줄였다. 둘째, 웰빙빵이다. 박 대표는 “치킨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빵은 절대 튀긴걸 드셔선 안된다”며 “모든 빵을 다 구워낸다”고 말했다. 특히 해남과 청도산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빵, 의성 마늘빵, 한우 고로케 등 지역 특산물로 만든 빵은 “맛도 있지만 먹으면 약이 된다”고 했다. 



 가장 강조하는 건 ‘현장제조’다. 아무리 가까워도 반죽을 어디서 가져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그는 “하루에 2000개 분량씩 세번, 6000개를 반죽한다. 손이 아파서 더 팔고 싶어도 못 판다”면서 “빵은 따끈따끈하게 바로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선뜻 서울로 진출하지 못한 이유도 빵을 구워낼 사람과 설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진출을 위해 빵 장인들을 보충하고 이름도 ‘삼송베이커리’에서 ‘삼송빵집’으로 바꿨다.



 박 사장에게 삼송의 빵을 한 마디로 소개해 달라고 했다. “별 것 없습니다. 손님들이 드셔보고 ‘1500원짜리 가치를 하는 빵’, ‘오늘 먹길 참 잘한 빵’이라고 하는 게 바로 우리 빵입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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