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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은 ‘방콕’ 휴가 중

중앙일보 2015.07.29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왼쪽부터 이재용, 정몽구, 구본무.


‘휴가 반납, 정상 출근’.

휴가 따로 안 잡고 근무·칩거 계획



 직장인들의 휴가가 집중한 ‘7말 8초’에 접어들었지만 주요 대기업 총수는 휴식 없이 일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휴가 계획을 잡더라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년에는 여름 휴가를 겸해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거의 없다.



 한 대기업 회장은 “메르스 여파가 여전한데다 엔저와 유로화 약세로 인한 수출 부진, 그리스 사태, 중국 경제 침체 같은 악재가 이어져 휴가를 제대로 즐길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엘리엇 사태’란 급한 불을 끈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은 휴가를 반납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며 제일모직과 합병한 ‘뉴 삼성물산’ 후속 작업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합병 성사 직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한 엘리엇의 후속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8월 6일까지라 시간이 많지 않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5’ 출시가 8월 말로 다가오는 등 챙겨야 할 경영현안도 산적해 있다. 아버지인 이건희(73) 회장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점도 고려했다.



 회사 경영이 여의치 않은 몇몇 대기업 총수도 휴가 계획을 잡지 않았다. 금호산업 인수전을 진두지휘해야하는 박삼구(70)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평소처럼 신문로 사옥으로 출근하며 현안을 챙긴다.



 재무구조 개선이란 악재를 맞은 김준기(71) 동부그룹 회장도 휴가 일정을 잡지 않고 ‘정위치’ 근무한다.



 2008년부터 여름 휴가를 떠나지 않은 현정은(60) 현대그룹 회장 역시 현대증권 매각 등 채권단과 약속한 재무개선을 이행하느라 분주한 여름을 보낼 전망이다.



 휴가 일정을 잡았더라도 자택에 머물며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는 총수도 많다. 정몽구(77)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 전 사업장이 휴가에 들어가는 8월 3~7일 휴가를 내고 별다른 계획없이 한남동 자택에 머문다. 상반기 실적 부진을 점검하고 중국 4·5 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을 챙길 계획이다.



 구본무(70) LG 회장은 8월 초 휴가를 내고 한남동 자택에 머물 계획이다. 자택에서 독서하며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하는 건 과거에도 구 회장이 즐겨온 휴가 방식이다.



 집행유예가 확정된 김승연(63) 한화 회장, ‘땅콩 회항’으로 곤욕을 치른 조양호(66) 한진 회장, ‘비상경영’을 선포한 권오준(65) 포스코 회장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별도 휴가를 내지 않고 가회동 자택과 장교동 사옥을 오가며 한화테크윈·한화토탈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챙긴다. 조 회장은 여름 휴가철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성수기라 수년 째 여름 휴가를 쓰지 않은데다 땅콩 회항 사건 여파가 가시지 않아 휴가를 잡지 않았다. 비자금 수사로 속이 편치 않은 권 회장도 휴가없이 업무에 매달린다.



 경제단체 수장을 맡은 허창수(67)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 회장)과 박용만(60)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 회장)은 지난 주말 각각 강원도 평창과 제주도에서 하계 포럼을 겸해 휴식을 취했다. 허 회장은 8월 초쯤 3~4일 짜리 휴가를 내고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 계획을 가다듬는다. 박 회장은 8월 중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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