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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중국 거점 보이스피싱 콜센터 첫 단속

중앙일보 2015.07.28 12:03
보이스피싱 조직이 처음으로 일망타진됐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콜센터는 일반적으로 중국에 근거를 두고 있어 수사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경찰과 중국 공안의 수사 공조로 그 정체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 칭다오(靑島)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이모(32ㆍ중국동포)씨 등 2개 조직원 45명을 사법처리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피해자 423명에게 “대출 및 예금보호를 해주겠다”고 속여 모두 21억40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를 받고 있지요.



경찰은 지난 3월 대포통장 수사를 하던 중 국내에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6명을 검거했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늘상 보이던 인출책ㆍ통장모집책이었죠. 경찰은 콜센터가 중국 칭다오(靑島)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사가 더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습니다. 우리 경찰이 중국 본토에 대한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중국 콜센터가 등장하는 순간 수사를 종결했던 게 그동안의 관례였기 때문이죠.







더 이상 진척이 어려워보였던 수사는 지난 5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열린 ‘한ㆍ중 전화금융사기 수사공조회의’ 결과 한국 경찰의 콜센터 검거 요청에 중국 공안이 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의 협조 의사가 분명해진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중국 칭다오로 날아갔습니다. 6월 19일, 한국 경찰관 2명과 칭다오 형사지대 소속 공안 40명이 미리 입수해둔 칭다오 콜센터를 급습했죠. 현장에서는 칭다오 조직의 총책 이씨 등 5명이 검거됐습니다.







칭다오 콜센터 단속의 효과는 컸습니다. 여기서 검거한 사람들을 통해 추가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또 다른 조직인 광저우(廣州) 콜센터도 급습했습니다. 경찰은 광저우 조직의 총책 이모(31ㆍ한국인)씨가 국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씨를 구속했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경찰에 붙잡힌 조직원만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모두 3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들이 범죄 수익을 나누는 구조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총책에게 콜센터로 쓸 아파트 임대료를 대주는 ‘전주’가 범죄 수익의 20~30%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에 사기 전화를 거는 ‘콜팀’은 약 10~30%를 챙겼습니다. 사기로 편취한 돈을 직접 뽑는 ‘인출팀’은 약 6~10%를 가졌다고 합니다. 콜팀과 인출팀의 팀장급은 월급 500만원에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더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총책은 이 과정 전체를 총괄하며 운영비를 뺀 나머지 수익을 챙겼다고 합니다.



[적발된 보이스 피싱 조직. 그래픽=임해든]




범행 수법도 다양했습니다. 빚이 있는 피해자들에게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을 사겠다”며 접근해 “시세평가서가 필요한데 비용이 든다”며 부동산 시세의 1%를 가로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맞춤형 사기전화를 위한 80여종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중국 당국이 피의자 3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해 공범과 여죄를 더 찾아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중국 국적의 칭다오 총책 이씨 등은 중국 당국에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경찰은 향후 수사 공조 범위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한편 태국 등 동남아시아 당국과도 공조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과 함께 해외 콜센터의 또 다른 거점으로 태국이 부상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공조수사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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