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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다그치면 오래 못가 … 스스로 채용하게 여건 만들어야”

중앙일보 2015.07.28 00:55 종합 5면 지면보기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 합동 대책회의가 2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이기권 고용노동부·윤상직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상선 기자]


재계는 정부가 27일 내놓은 청년 고용 대책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경제단체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몇몇 대기업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듯 이날 채용 확대 방침을 내놓았다.

일자리 창출 대책 성공하려면



 다만 고용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의 청년 고용 창출 해법이 이번 대책에 빠져 있는 데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책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의 청년 고용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이 동참하도록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관련 기관과 취업 박람회를 열고 기업과 협력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SK·한화 같은 주요 대기업들은 이날 고용 규모를 늘리거나 최소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정부의 청년 실업 대책에 힘을 보탰다. SK는 대졸 신입을 포함해 최소 지난해(8000여 명) 이상 규모의 신규 인력을 선발한다. 특히 중소·벤처 기업과 협력해 청년 구직자에게 직업교육을 시켜주고 취업도 알선하는 ‘고용 디딤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한화는 경기 회복이 가속화할 수 있도록 2800여 명 규모의 신규 인력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그룹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9100여 명을 채용한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95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다. LG도 지난해 수준인 1만2000명을 채용한다. 지방대와 협력해 소프트웨어(SW)·전기차 같은 세부 전공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회맞춤형학과(계약학과)’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해당 학과 졸업생은 LG 계열사 취업을 보장한다.



 하지만 재계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용을 얼만큼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 증대의 신호탄 격인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을 좀처럼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지난 3월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이 전년(12만9989명)보다 6.3% 감소한 12만1801명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이려는 기업(19개 그룹)이 채용을 늘리거나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한 곳(11개 그룹)보다 훨씬 더 많다.



 신규 채용을 늘린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식의 재정 지원책 역시 한시적 대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기업들이 채용을 늘릴 만한 결정적인 유인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중공업체 부장은 “세제지원이든 금융지원이든 100명이 할 일을 200명을 뽑아 나눠 시킬 순 없다”며 “일자리 대책은 고용 규모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채용한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유통업체 인사담당 부장은 “기업을 다그쳐 늘린 채용은 정상적이지 않고 오래가지도 못한다”며 “규제부터 없애고 노동개혁을 빨리 완료해 기업이 투자·채용하고 싶은 분위기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이 돈이 없어 채용을 꺼리기보다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 구직자들이 어떻게 하면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도록 할지에 대한 답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박남규 서울대(경영학) 교수는 “중소기업 채용 ‘미스매치’는 돈을 푸는 식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급 인력을 중소기업으로 유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중소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병역 의무의 50% 정도로 인정해 준다든지 대학에서 중소기업 경력을 학점 인정해주는 식의 막힌 ‘맥’을 뚫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성장이 정체한 제조·수출업에 치우친 산업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부가 만들어 낸 일자리 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내수·서비스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기환·임지수 기자 khki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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