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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농성장 찾은 이기권 장관 … 노사정 재가동 물꼬 되나

중앙일보 2015.07.28 00:55 종합 6면 지면보기
김동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지도부의 농성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과 노사정 대화체 복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예정에 없는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비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임금피크제, 해고 완화 문제 협의
제도화 대신 ‘노사 자율 시행’ 가닥

지난 4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된 뒤 117일 동안 물밑에선 노·정 간 대화가 계속됐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물밑 대화를 통해 양측은 구조개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눠 왔다. 그래서 이날 이 장관의 농성장 방문을 두고 노사정 대화 재가동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일부 노총 산하 연맹이 이 장관을 막아서며 반발하긴 했지만 대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이는 쪽과 이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당사자 간의 만남치고는 의외로 비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농성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한국노총이 농성을 풀 명분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중 두 가지 사안에 대해 특히 강하게 반발했다.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취업규칙을 쉽게 바꾸도록 시행령을 만들고,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것에 대해서다.



이날 만남에서도 이 장관은 “노사정이 힘을 모아 고용위기를 타개하자”고 말했으나 김 위원장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며 “근본적인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받았다.



 이들 사안에 대해 이 장관은 23일 “노사 자율 시행”을 강조하며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30대 그룹 인사노무총괄(CHO)과의 간담회에서다. 28일에는 노사합의로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르노삼성자동차를 방문한다. 익명을 요구한 노사정위 공익위원은 “노사정 대화 재개를 위해 한국노총과 경영계에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두 사안을 독려는 하되 노사정 대화가 복원되면 노사가 자율 추진하는 쪽으로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는 노사정에 큰 손실이 없는 타협안이란 분석이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선 근로자 70%(고용노사관계학회 설문조사)가 동의할 정도로 여론이 우호적이다.



한국노총도 SK하이닉스나 LG와 같은 산하 노조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 문제는 ‘경영인사권’이란 판례가 축적돼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년 전 이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민감한 두 가지 문제를 굳이 제도화하지 않더라도 추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담은 ‘장그래법’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나머지 노동시장 개혁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정부가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한국노총으로 넘어갔다. 현재 농성은 중앙단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산하 조직의 호응이 적다는 뜻이다.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마냥 농성을 이어갈 수도 없다. 24일 국회에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여야에 공문을 보냈지만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장관의 방문 이후 한국노총과 정부의 물밑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노사정 대화 복원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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