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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한 달 용돈 10만원 준 아내, 배려 부족 … 이혼해라”

중앙일보 2015.07.28 00:48 종합 10면 지면보기
아내가 남편에게 한 달 용돈으로 10만~20만원을 준 것이 이혼 사유에 해당할까.


월급 200만원 다 갖다준 직업군인
교통비도 모자라 주말엔 막노동
“경제권 행사한 부인에 귀책사유”
개선 노력 않은 남편도 일부 책임

 직업군인이던 A씨(31)는 B씨(30)와 2010년 2월 결혼했다. A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월급 200만원을 모두 가져다주고 한 달에 적을 때는 10만원, 많을 때는 20만원의 용돈을 받아 썼다. 하지만 한 달 교통비로도 모자란 액수였다. A씨는 아내에게 “용돈을 좀 더 달라”고 했지만 B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이유로 4년 결혼생활 내내 ‘용돈 인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A씨는 용돈 10만~20만원으론 도저히 생활이 어렵자 주말이면 건설현장에 나가 일했다.







  그러던 중 2013년 12월 사소한 부부싸움 뒤 B씨가 친정에 가는 바람에 A씨는 혼자 집에 있었다. 갑자기 구토가 난 A씨는 병원에 가려고 B씨에게 10만원을 송금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아내는 돈을 보내지 않았다. 이혼을 결심한 A씨는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반환받아 이사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 3800만원을 B씨에게 송금하면서 자신 명의로 부담하는 2800만원의 전세자금 대출채무를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B씨는 이를 갚지 않고 그냥 보관했다. A씨는 이듬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담당 변호사에게 “뼈 빠지게 번 월급을 다 갖다 줬지만 쥐꼬리만 한 용돈에 병원비조차 보내지 않은 아내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이은애)는 27일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깨고 “A씨와 B씨는 이혼하고 B씨는 A씨의 전세자금 대출채무 2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은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B씨에게 있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B씨에 대해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A씨에 대해 인색하게 굴고 전세자금 대출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등 배려가 부족했다”며 혼인 파탄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A씨에 대해서도 “B씨와의 관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 모두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판부는 A씨의 5000만원 위자료 청구는 기각하고 재산분할만 확정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이들 부부의 경우처럼 ‘가정 경제권’이 이혼 사유가 되는 일이 늘고 있다. 특히 경제적 갈등에 따른 남편의 이혼 상담 비중이 과거에 비해 커지고 있다. 2000년에는 전체 이혼 상담 중 3.3%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8.7%로 5%포인트 이상 늘었다. 아내의 상담 비중이 2000년 8.3%에서 지난해 11.5%로 소폭 는 것과 비교된다.



 2000년 아내 D씨와 결혼한 C씨도 결혼생활 10년 만인 2010년 “아내가 생활비를 지나치게 많이 쓴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은 C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두 사람은 이혼하고 C씨는 재산분할금으로 950만원을 D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내 D씨는 돈 씀씀이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고 C씨는 2003년 중반부터 2년간 수입이 없었음에도 책임을 전가하는 등 두 사람 모두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YK법률사무소 이경민 변호사는 “부부 경제권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며 “경제적 문제로 상대방에게 큰 고통을 준다면 민법 840조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의거해 이혼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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