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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범위 벗어난 자료 출력 … 디지털 압수수색 전체 무효”

중앙일보 2015.07.28 00:45 종합 12면 지면보기
모 제약업체 이모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이던 수원지검 강력부는 2011년 4월 25일 영장을 발부받아 이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사는 사무실에서 확보된 디지털 저장매체를 해당 업체 동의를 받아 검찰청으로 옮겼다. 다음날 검사는 이 매체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넘겨 저장된 파일 전부를 복제했다. 이 회장 측은 복제 과정을 지켜보던 도중 돌아갔다.


대법 “피압수자 입회 보장해야”

 문제는 전자정보 조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되지 않은 약사법 위반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정보까지 출력되면서 불거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회장 측은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며 법원에 압수수색 취소(준항고)를 청구했다. 같은 해 10월 수원지방법원이 이 청구를 받아들이자 이번엔 검찰이 재항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압수수색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며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이 검사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본 것은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혐의와 관련된 자료가 출력된 부분이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수사기관이 압수한 저장매체나 복제본을 탐색하면서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복제 또는 출력하는 것은 영장주의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부득이 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수사기관에 옮겨 탐색·출력할 때에도 피압수자(이 회장) 측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면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제시했다.



 영장에 적힌 혐의와 관련 없는 물건의 압수가 위법하다는 판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특정 저장매체에서 자료를 추출할 때도 영장에 적힌 범위를 넘을 경우 압수수색 전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나의 영장에 따르는 일련의 과정이어서 하나의 절차로 파악해 위법성이 중대하면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하나의 혐의로 대용량 저장매체를 압수한 뒤 제2, 제3의 혐의를 찾아낸다면 원래 압수 목적에 맞는 자료까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현실을 모르는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검사는 “대기업 수사 중에 압수한 저장매체를 탐색하려면 수십 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매달려도 수개월이 걸린다”며 “수사관 한 사람에 한 명씩 입회인이 붙어야 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얘기냐”고 반문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a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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