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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와 빅딜할까

중앙일보 2015.07.28 00:39 종합 18면 지면보기
금강산 관광 중단 7년째를 맞아 황폐해진 현지 시설들. 지붕이 녹슬고 무너져내린 콘테이너형 직원 숙소. [중앙포토]


관리부실로 외부 벽체가 떨어져 나간 채 방치된 금강산 펜션의 모습. [중앙포토]
이제나저제나 하다보니 7년이 흘렀습니다. 굳게 닫힌 금강산 관광길 얘기입니다. 한 여성 관광객이 북한 경비병에 피격·사망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2008년 7월11일. 이튿날 전면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상징이 됐죠. 풍광좋은 산자락이야 여전하겠지만 그 곳에 우리 업체가 투자한 시설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관광 중단 7년 … 시설 녹슬고 무너져
현대아산 직원 9640명→260명으로
남측 손님 195만명 모은 달러 박스
추석 상봉 때 양측 유연한 대화를



 얼마전 실태조사를 다녀온 남측 관계자들로부터 입수한 현장 영상은 참담할 지경입니다. 장전항에 정박한 선상호텔이라 인기를 끌었던 해금강호텔은 녹슬고 곳곳이 무너져내려 폐허처럼 됐더군요. 가족단위로 즐겨찾던 펜션은 외벽이 떨어져나갔고, 컨테이너형 숙소는 지붕이 내려앉았습니다. ‘나이스 샷’ 소리가 연신 들리던 골프장은 잡초가 우거진채 버려져 있습니다.



 관광사업자인 현대아산은 매출손실만 1조353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2007년 한해 최대 관광객 유치실적(34만8200여명)을 냈지만 사업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한때 9640여명이던 직원을 260명 수준으로 줄이는 살인적 감원도 해야했죠. 현정은 회장은 ‘열려라 금강산’이란 건배사까지 할 정도로 관광재개를 갈망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는데요. 현지에 대규모 펜션단지를 지은 오정원 다인관광 회장도 모든 직원을 떠나보내고 딸과 함께 버텨내고 있습니다. 다른 진출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도 사정이 녹록지 않아보입니다. 1998년 11월 관광시작 이래 195만여명의 손님을 끌었던 달러박스를 잃어버린 셈입니다. 2010년 4월에 현지의 우리 건물·물품을 압류하는 몽니를 부렸지만 사태는 더 꼬였죠.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에 쓰던 버스 수백대도 북한당국이 다른 지역으로 빼내갔다고 합니다. “다시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 통보했다는군요. 현대와의 독점 관광계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는데요. 중국 등을 상대로 새 사업자를 찾았지만 ‘약속을 깨는 북한에 투자할 수없다’는 비난만 자초했다고 합니다.



 어디서 해법을 찾을지 암담합니다. 아무래도 답은 이산가족 상봉에서 찾아야 할듯합니다. 우리 정부가 국민세금 550억원을 들여 지은 이산가족면회소가 자리한 금강산에서는 지난해 2월에도 상봉행사가 열렸는데요. 관광재개와 규모있는 이산상봉을 맞바꾸는 빅딜을 구상해봐야 할때란 지적이 나옵니다.



 마침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26일 TV대담에서 “금강산 관광문제도 역시 만나서 대화를 통해 재개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재개와 이산가족상봉을 협상테이블에 놓고 다뤄보자는 구상인데요. 홍 장관은 “추석명절을 앞두고 이산가족이 만나 회포를 풀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5.24 대북제재 조치와 금강산 관광문제에 대해서는 “연계된 부분도 있지만 별도의 문제”라며 유연성을 보였죠.



 이제 북한이 호응할 차례입니다. 경위야 어떻든 군인의 총에 민간 관광객이 사망했다면 고개를 숙이는 게 맞습니다. 늦었지만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배상하는 것도 검토해야합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도 금강산 현지를 직접 방문해보길 권합니다. “민족 명산을 현대에 뚝 떼어줬다”고 호언하던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을 현장에서 체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후속대책은 남북당국이 세우면됩니다. 추석을 계기로 한 상봉에 참가한 남북한 가족이 함께 삼일포 나들이를 하며 송편을 나눠먹어도 좋습니다. 그게 바로 시범관광일테니 말이죠.



 마침 올해 추석(9월27일)은 ‘관광의 날’과 겹쳤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문도 열고 이산가족의 한도 풀기위해 남북한 당국이 의기투합하기를 기원해봅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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