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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흔들리는 성조기는 가짜? … 바람 없어도 중력·관성 있어 펄럭이죠

중앙일보 2015.07.28 00:34 종합 20면 지면보기
음모론 전성시대다. 달 착륙 조작부터 외계인 발견 은폐까지 각종 ‘설’이 인터넷을 떠돈다. 이런 얘기들이 힘을 받게 된 데는 과학의 잘못도 있다. 검증과 논리적 반박 없이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라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음모론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음모론에 맞선 과학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쉬운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목표는 우리가 지닌 기술의 한계를 측정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1962년 9월 미국 텍사스주 라이스대.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이렇게 선언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로부터 7년 뒤인 69년 7월 20일. 미국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다. “한 인간에겐 작은 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겐 커다란 진전”이라는 말을 남긴 닐 암스트롱(1930~2012)이 그 우주선의 선장이었다.



 이후 아폴로 11호 달 착륙 조작 음모론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78년 개봉한 영화 ‘캐프리콘 원(capricorn one)’이 불을 붙였고, 조작설을 제기하는 블로그와 홈페이지는 전 세계에 수만 개가 있다. 급기야 지난달에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이 “미국의 달 착륙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를 제안한다”고까지 말했다.



 달 착륙 영상 조작설에서 가장 강력한 근거는 ‘흔들리는 성조기’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깃발이 흔들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물리학 법칙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반박한다.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는 달 표면에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중력과 관성의 영향은 여전히 받는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구보다 약하지만 달에도 중력이 있다. 성조기가 아래로 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조기를 월면에 꽂는 순간 펄럭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관성 때문이다. 깃대를 좌우로 돌리는 데 사용된 에너지가 성조기로 전해지면서 요동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월면에선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모론자들은 또 당시 미국이 고체 연료 로켓 기술만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38만㎞ 떨어진 달에 도달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우주 탐사를 위해선 대형화가 가능한 액체 연료 로켓이 필수적인데 이 기술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맡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설우석 실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발명한 액체 연료 로켓 기술이 미국과 소련으로 건너갔다. 미국은 로켓을 달에 보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초의 액체 연료 로켓인 독일의 V-2는 44년 시험 발사 때 320㎞를 날아갔다. 아폴로 11호는 그로부터 25년 뒤 발사됐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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