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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 막겠다” … 부산, 주민 우선 분양제 도입

중앙일보 2015.07.28 00:28 종합 21면 지면보기
27일 해운대구 우동 ‘연제 롯데캐슬&데시앙’ 견본주택에 분양 신청자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무더운 한낮에도 견본주택 밖까지 길게 줄이 늘어섰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후 3시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연제 롯데캐슬&데시앙’ 견본주택 앞.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인파가 밀렸다.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이 연제구 연산동에 짓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예비 청약자들은 땀을 닦아내며 입장을 기다렸다. 울산시와 경상남도에서 온 방문객도 상당수였다. 견본주택 출구 인근에서는 속칭 ‘떳다방’ 직원들이 청약자들에게 접근했다. “프리미엄(웃돈)을 넉넉히 주겠다. 당첨되면 연락 달라”며 명함을 돌렸다.

외지인 투기 늘면서 청약 과열
최고 1106대 1, 집값도 크게 올라
거주할 집 찾는 부산시민만 고통



 다음달부터 부산에서 이 같은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부산시가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며 분양권 청약 자격 제한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다음달 18일부터 ‘지역 거주 우선 공급제도’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아파트 분양권 청약 조건 상 실제 부산 거주기간을 기존 ‘공고 전 하루’에서 3개월로 늘린 게 핵심이다. 해당 지역은 해운대·남·수영·동래·금정·부산진·연제·기장군 8개 구·군이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청약 광풍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부산에서는 분양 경쟁률 수백 대 1이 드물지 않았다. 올 4월 분양한 포스코건설 ‘광안 더샵’은 경쟁률이 379대 1이었다. 그 중에서도 ‘84B’ 형(전용면적 84㎡)은 1106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포스코건설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부산시는 분양 시장에 몰려든 청약자 상당수가 외지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분양 공고 하루 전에 부산으로 주소를 옮기고, 당첨 된 뒤에는 수천만원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되파는 일종의 투기세력이란 설명이다. 금정구의 박모(43·여)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분양된 장전동 래미안은 이런 외지 투자자 때문에 순식간에 분양권 웃돈이 5000만원을 넘었다”며 “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찾는 부산시민이 그만큼 피해를 입는 셈”이라고 말했다.



 청약 광풍은 분양권뿐 아니라 부산시의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도 올려놓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해운대구 아파트는 평균 4%, 남구는 3.6% 값이 올랐다. 서울(2.2%)보다 상승세가 훨씬 가파르다. 부산시가 청약 자격 규제에 나선 배경이다. 거주 조건이 3개월로 늘면 ‘웃돈’이 생길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또 전입신고를 한 탓에 3개월 동안은 타 지역의 투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투기꾼 입장에서는 최소 3개월간 돈이 묶이게 돼 외지인 투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대구·광주·대전시도 이 같은 청약 거주 규제를 두고 있다. 근거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이 정하는 기간 이상 거주하는 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 있다’는 주택법 규정이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정책이지만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며 “부산 주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기성 청약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고, 거주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는 방식을 투기 세력이 찾아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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