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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수보다 싼 포도당 수액제재

중앙일보 2015.07.28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2009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할 때 얘기다. 백신이 부족하자 정부 관계자가 외국 제약사를 방문해 물건을 달라고 사정해 국산보다 비싼 값에 들여와야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약 1년 만에 신종플루 유행이 끝났다. 종식 국면에 들어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아직 백신이 개발된 게 없다. 이런 필수약은 수요가 항상 있는 게 아니어서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 비싸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약이 있다. 퇴장(退場) 방지 의약품이다.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하지 않게 정부가 보호해주는 약이다. 현재 681개가 있다. 1000원 미만 약이 62%로 값이 싸다. 어떤 약은 4원, 7원밖에 안 한다. 건강보험 처방약 가격은 정부가 정하는데, 퇴장방지약은 원가를 어느 정도 쳐준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밑지지 않기가 쉽지 않다. 병원은 입찰 방식으로 약을 구매하는데, 여기서 가격이 내려간다. 어떤 경우 30%까지 후려친다. 퇴장방지약이라고 해서 입찰 경쟁에서 자동으로 살아남는 게 아니다. 정부가 원가를 보전한다고 해도 원료·인건비 등의 비용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최근 어떤 제약사는 국소마취제를 9월에 생산 중단하기로 했다. 원가가 보험 약가보다 15%가량 더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2012~2014년 퇴장방지약 취소는 증가하고 신규 지정은 감소하고 있다.



 수액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약은 생수보다 못하다. 0.9% 생리식염수 500ml한 병에 948원, 10% 포도당 1000ml 1016원이다. 서울 서초구 한 편의점에서 에비앙 생수는 500ml 1600원, 삼다수·백산수는 500ml 850원에 팔린다. 게다가 수액제는 병원들이 보관창고를 만들지 않아 병동까지 배달하기도 한다. 신선식품도 아닌데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퇴장방지약을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없다. 영리 추구도 좋지만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병원도 할 말이 있다. 약가를 깎아서 낮은 진료수가를 벌충한다. 수액제 창고 같은 걸 만들면 물류비용이 들어간다.



 퇴장방지약의 퇴장을 방지하려면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병원이 입찰을 붙이지 못하게 정가제를 도입하거나 지역별 공공병원이나 보건소 등에 일정량을 보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마침 식약처가 의약품 안정공급 지원 특별법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퇴장방지약 보관 근거를 담았으면 한다. 퇴장방지약은 국민 건강 보호에 없어서는 안 될 약이다. 의약품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도 된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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