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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진영논리 깬 문재인 대표의 북한 막말 비판

중앙일보 2015.07.28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강태화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요일인 지난 26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페이스북에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비판 대상은 정부·여당이 아닌 북한이었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글에 대한 지적이었다.



 “입에 담지 못할 저급한 표현에 수치심이 든다. 상대방의 국가원수를 막말로 모욕하는 것은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것과 같다.”



 전날 북한 전국연합근로단체는 대변인 담화에서 “박근혜의 천하 못된 입이 놀려지지 못하게 아예 용접해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막말’에 익숙해진 언론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여당에서 대응하는 논평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문 대표가 나섰다. 그는 “이런 태도는 국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비호감을 키우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품격 없는 국가로 평가받게 한다. 북한이 자신들의 지도자를 ‘최고존엄’이라며 존중해 주기를 요구하는 것과도 모순된다”고 했다.



 사실 야당에 북한은 언급해봐야 손해인 존재다. 북한의 주장에 일부라도 동조했다간 ‘종북’의 덫에 걸려들고, 비판했다간 진보진영 내 급진세력의 비판에 직면한다. 실제로 문 대표의 글에는 “야당이 얼마나 못하면 북한이 야당 노릇을 하냐” “문 대표의 한계다” “‘우향우’에 동의할 수 없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런 진영 내 반발을 몰랐을 문 대표가 아닌데 의도가 궁금했다. 한 측근은 “이희호 여사의 방북 등 남북교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여야가 진영논리를 부추겨 기득권을 형성해 왔지만, 실향민이자 특전사 출신인 문 대표는 과거의 관행을 깨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6년 전 일이 떠오른다.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헌화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치 보복 사죄하라”(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때 국장 사회를 보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용히 일어나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때 진영을 떠나 문 전 실장의 처신에 공감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정계입문 후엔 한동안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사회의 극심한 진영논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진영을 떠날수록 내부 반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할 때는 5명 최고위원이 모두 동반 참배를 거부했다. 6월 특전사 부대를 방문했을 때도,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을 때도 소수만 따랐다. 그러나 그는 그걸 알면서 이번에 다시 진영 논리를 벗어났다. 북한에 대한 문 대표의 강한 ‘나무람’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강태화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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