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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뒤 사고 느는데 …

중앙일보 2015.07.28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강병철
경제부문 기자
8·15 광복절 특사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번 사면의 목표는 경제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경영자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며 사면을 줄곧 요청한 경제단체와 관련 기업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사면에 대해 경제계가 모두 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손해보험회사는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사면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어깃장을 놓고 싶지는 않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면밀하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관련 사면은 ‘양날의 칼’ 같은 속성이 있다. 면허 정지로 운전대를 잡지 못하던 생계형 운전자가 생업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건 긍정적인 면이다. 반면 교통사고를 증가시켜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불리는 건 어두운 면이다. 일각에선 사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보험사가 엄살 부리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그러나 통계를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사면과 교통사고 발생 간의 인과순환적 관계에 대한 연구』(최남희 한국교통대 행정정보학과 교수)가 문제점을 잘 짚었다. 사면 조치가 실시된 다음해와 그 이듬해 교통사고 건수가 각각 3%, 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사면 조치 뒤 2년간 교통사고 증가로 1조4000억원(경찰청)~3조원(보험사)의 경제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금/보험료)은 사면 뒤 6~7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높아졌다. 손해율 악화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법을 잘 지킨 선량한 자동차 운전자에게 경제적 비용을 부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사면은 경제 정책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정치 행위이기도 하다. 사면을 경제적 비용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정치 행위라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건 곤란하다. 사면과 함께 교통사고 증가를 막을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

강병철 경제부문 기자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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