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기 회복 카드 vs 부자 감세 논란…골치 아픈 '주거용 증여세'

중앙일보 2015.07.26 18:52
내년도 세법 개정 항목으로 논의되는 안 가운데 ‘뜨거운 감자’가 있다. 증여세다. 기획재정부는 주택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돈에 한해 증여세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 증여세를 유예할지 한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억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세금 면제는 아니다. 주거 목적의 자금을 증여받았다면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지만 부모 사망 후엔 그 돈을 합쳐 상속세를 내는 방식이다. 26일 기재부 관계자는 “다음달 초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반영할지를 두고 논의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증여세 감면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유한 노년층, 가난한 청년층’으로 세대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특히 주효하게 쓰이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주택 구입이나 교육비 목적의 돈에 한해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최근 비과세 기간을 2019년까지 연장하는 결정도 내렸다.



또 결혼과 육아 자금으로 할아버지ㆍ할머니가 손자ㆍ손녀에게 주는 돈은 최대 1000만 엔(약 894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기재부 세제실이 증여세 손질을 검토하고 나선 것도 일본 사례에서 출발했다. 주택 시장과 경기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지 6월 24일자> 프랑스 역시 새로 부동산을 사는 목적의 자금에 한해 10만 유로(약 1억3000만원) 상속증여세 특별 공제를 올해와 내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기재부에서 증여세 면제 한도를 1억원 내외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국외 사례를 감안했다. 다만 기재부는 이 뜨거운 감자를 이번 세법개정안 바구니에 넣을지를 막판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자(父子) 간 막힌 자금 물길 트기냐, 부자(富者) 감세냐’를 두고 효과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여ㆍ상속세 정비를 검토하고 있지만 부자 감세 논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증여세로 정부가 거둔 세금 수입은 2009년 1조2096억원, 2011년 2조741억원, 2013년 2조7032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세금 감면 여력이 있다고 세무당국은 보고 있다. ‘면제’가 아닌 ‘유예’인 만큼 이후 상속세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그러나 증여세 납부 인원(2013년 기준)은 전체 직접세 납부 인원 1422만 명의 0.8%(10만9644만 명)에 불과하다. 억대 자금을 자손에게 남겨줄 수 있는 부유층에 대한 특혜란 논란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손자녀 교육비 1억원 증여세 면제 법안을 내놨다가 거센 역풍 맞고 물러선 점도 정부엔 부담이다.



기재부는 내년 시행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대상을 소득 기준을 가지고 제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연간 가입 금액은 한정하되 소득과 상관 없이 모두가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겠단 얘기다. 소득이 억대 수준이여도 ISA 계좌를 통한 절세가 가능해 역시 ‘부자 감세’ 논란의 표적이 될 여지가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 정산이나 소득세 세액 공제 전환, 담배세 인상 등 서민 증세 비판이 있은지 얼마 안 됐다. 과세 완전 면제를 해주는 게 아니라 이연 시키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